[히메세라]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 I love you to the moon and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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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모루   KPC 오야유비히메
PL. 큐니   PC 세라 크루

 

이하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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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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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어 1
 
W. 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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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Cthulhu 7th EditionFan-made Scenario
 
안심하십시오.안전지대의 최전방은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GM. 모루   KPC 오야유비히메
 
PL. 큐니   PC 세라
 
2022. 10. 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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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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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세라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라:(버거운 압박. 기어이 치솟는 새빨간 액체들. 익숙해지고 싶은데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액체들이 오늘도 몸에 늘러붙었다. 기분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는 상황.)...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세라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SYSTEM : 세라, 이성 1 감소.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라:(이대로 있다가는 죽어버리고 말겠지. 죽는다, 죽는다라. 제가 죽인 것들의 수만큼 저는 살고 싶었다. 왜? 그건 비이성적인 질문이었다. 저는 살아있는 생명체니까.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서 살아남고 싶다는 본능에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어떻...게든...(가능한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그렇게 생각한 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
 
세라: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멀지 않은 곳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의 출처는…….
 
어라,
 
불 앞에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앉아있습니다.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세라를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세라:(앉아있는 이를 한걸음 몸을 움직였어. 품 안에 들린 총이 묵직했지. 일단은 말로, 그래도 안 된다면...) 저...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없나요...?(질질 흐르는 피, 어쩐지 붕뜨는 감각의 몸뚱이를 이끌고 근처로 간 뒤 말을 걸었어. 꽉 쥐고있는 총의 무게는 어쩐지 시람의 몸무게와 같았지.)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세라는,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죽여버리고 싶어."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세라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어두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머리,
 
유리구슬처럼 연한 하늘색 눈동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홀로 살아서.
 
문득, 세라는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세라는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
 
정말?
 
당신의 삶이 마무리되는 걸까요?
 
SYSTEM : END. 6. 배드엔딩.
 
SYSTEM : 세라 로스트.
 
......아니,
 
안 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세라,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감소 없음.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세라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있습니다.
 
세라 씨와 마이아 씨에 의해, 제 27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SYSTEM : 꺼져가는 의식의 틈을 비집고, 세라의 '소중한' 기억이 회복됩니다.
 
SYSTEM : 핸드아웃 ‘SERA’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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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핸드아웃 ‘MAIA’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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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핸드아웃 ‘CREA-GR WORLD’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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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핸드아웃 ‘CREATURE?’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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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핸드아웃 ‘ABOUT SERA’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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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 핸드아웃 ‘ABOUT MAIA’ 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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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든 기억을 되찾습니다.
 
회복된 기억으로 인해, 세라의 근력, 민첩, 건강이 99로 고정됩니다.
 
그리고, 세라는 대 크리쳐 살상탄을 획득합니다.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세라는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세라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감소 없음.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세라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마이아:이제 정신이 들었어?
 
총을 고쳐잡은 마이아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세라:아... 히메...님...(가라앉은 혼란함. 어째서 여기에 있는가, 저는 누군가. 그리고 다가온 당신은 누군가. 이전과는 다르게 모든 게 기억 속에 있었다.) 네. 정신이 들었어요... (아주 희미하게 웃어보였어.)
 
마이아:어째 리셋할 때마다 상태가 이상해지네, 너는. (네 미소 보고는 제 손으로 네 볼이나 와굿 쓰다듬어보나) 네가 내 파트너라지만, 자꾸 이러면 두고 갈 거야.
 
세라: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시무룩한 얼굴로 있다가 네가 제 볼을 또 만지자 웃어보였어.) 히메 님은 제 볼 자주 만지는 거 같아요...~ 앗...! 저 두고 가면 안 돼요...! 저는 히메 님 없으면 큰일난단 말이에요...!
 
마이아:(와굿와굿,... 곧 네 볼 놔주고는) 그럼 큰일나기 전에 알아서 잘 해. 네가 자꾸 죽으면 가끔 한눈판 사이에 까마귀가 네 시체를 물고 간단 말이야. 알고 있어?
 
세라:네에...?! 그렇게 큰 까마귀도 있어요...?? 변형 까마귀가 탄생했다니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봐요...(네 말에 곧이곧대로 믿고 나름의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 벌써 유전자 변형 혹은 방사능 피폭까지 생각이 번졌지.) 저 열심히 할게요...!
 
마이아:너는 참, ... ... ... (여전히 농담을 농담으로 못 받아들이는 너보고 한숨 내쉬다가 이내) 응, 그래... 열심히 하자... (도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세라:(너를 따라 시선을 옮겼어) 이제 뭘 해야 하죠...?(큰 눈을 깜빡이며 다시 너를 마냥 바라봤어.)
 
히메를 마냥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세라가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히메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히메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세라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마이아:(다시 네게로 눈을 돌렸다.) 네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임무가 지체되어서 바로 돌입해야지, 뭐. 이번에는 네 소생이 유독 느려서 밥이라도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음,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댔는데 말이야.
 
세라:아...그러니까...그으...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거군요...(네 말을 듣고 지금 상황을 파악했어. 제가 짐덩이가 된 기분이었지. 크리쳐라서 강하면 뭐에 쓸까. 이럴 때 발목을 잡는데.) 죄송해요... 다음에는 이런 일 없에 꼭...제대로 할게요...! 그러면 바로 다음 임무로 가는 건가요...?
 
마이아:이해는 잘 해서 다행이네.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가,) 그 약속 안 지키면 네 키를 전부 내게 납부해야 할 거야. (;) 응, 지도랑 임무 내용이야. (네게 지도를 전달했다.)
 
SYSTEM : 핸드아웃 'MISSION' 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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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이번엔 좀 힘들 것 같네. 뭐, 힘들지 않은 임무가 있었나 싶긴 해.
 
세라:으음...히메 님에게 키를 다 반납할 수는 없으니까...힘낼게요...! 분명 같이하면 해낼 수 있을 거예요...~(어두웠던 얼굴이 금세 펴지고 조금은, 밝게 웃어보였어.)
 
마이아:그럼, 나도 네가 먼지가 되는 건 보기 싫거든. (네 미소 보고는 여전하다는 생각을 또 한다.)
 
마이아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마이아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헬기입니다.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목표 착륙 지점이 점점 가까워지면…….
 
갈까,
 
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세라와 마이아는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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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허공을 한 바퀴 돈 세라가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마이아를 받아볼까요.
 
민첩 판정.
 
세라:히메 님...~(후다닥 떨어지는 당신을 받으려고 움직였어.)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세라는 마이아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세라:헤헤...제대로 받아냈어요 잘했죠...~(잘 받아낸 게 뿌듯한지 헤실헤실 웃었어.)
 
마이아:항상 하던 건데 뭐, ... ... (고민,) 그래, 잘 했다. (대답하고는 내려달라는 듯 눈빛 보냈다.)
 
세라:(후딱 내려주고는 그 칭찬이 좋은지 계속 웃어보였어. 꼬리가 있었으면 열심히 흔들렸을지도?) 한 번도 이건 실수한 적이 없잖아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니까 크리쳐도 춤추게 하지 않을까요?
 
마이아:... (그러게...) 그럼 넌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 받기라는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마치 꼬리가 흔들리는 걸 보는 기분이라 머리나 쓰담아 줌...) 춤 출줄은 알아?
 
세라:(자기에게도 재능이 있다는 말에 얼굴이 피었어. 하찮은 재능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없는 꼬리를 붕붕 흔들더니.) 헤헤... 춤이요...? (눈 몇 번 굴리더니)책에서 본 적은 있어요...! 있으니까...할 수 있지 않을까...요...?(읽었으니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마이아:(강아지... 강아지 같다...) 그런 책은 또 언제 읽었대. (근거없는 자신감에 한숨이나 푹 쉬고...) ...춤 얘기 말고, 지도나 보자!
 
세라:네에...~(네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를 봤어.)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마이아와 세라는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세라:(우와...~ 지도예요..~)
 
SYSTEM : 핸드아웃 'MAP' 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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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야.
 
마이아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마이아:자, 어디부터 갈까? (눈 데굴,) 이번엔 네 행운을 믿어보도록 할게.
 
세라:으으음...(나름 머리를 쥐어짜냈어.) 학교에 가보는 게 어때요? 아이들은 그런데에 주로 있을지도 몰라요.
 
마이아:학교는 넓기도 하니까... 그래, 학교부터 가자. (너 버리고 학교 쪽으로 걸어간다...)
 
세라:히...히메 님 저 버리고 가면 안 돼요...!!!(울쌍을 하곤 후다닥 따라갔어...)
 
 ✷ 학교 ✷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세라가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마이아:학교라, 옛날 생각나네.
 
마이아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잠시 감성적인 표정을 짓습니다.
 
세라:옛날 생각요?
 
마이아:학교 다닐 적에는... 스쿨 아이돌이었는데 말이야. (이어 인상 찌푸렸다.) 뭐, 2년도 안 다니고 자퇴했지만.
 
세라:스쿨아이돌이 뭔데요?(네 말에 그게 뭔지 생각에 잠겼어. 학교에서 춤추고 노래하신 건가?) 학교를 자퇴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마이아:음,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 그런 거. (이어 네 질문에 미소를 띄웠다.) 그런 건 묻는 거 아니랬지, 이 바보 강아지야. (흥! 뚜벅뚜벅...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세라:아앗...죄송해요...! 두고가지 말아주세요...!!(후다닥 쫓아갔어.) 저 저는 그냥...히메 님이 궁금해서 그랬어요... 다른 분들은 어릴 때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마이아:(어느새 쫒아온 너 흘끔 보고는) 그런 거 궁금해서 뭐 하게? 어릴 때는 다들, 평범한 집에서 가정교육 받다가 학교 가서 공부하고 성인 되면 취직하는 거겠지. 뭐.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렴풋하고 모호한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득 이야기를 듣던 세라는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지능 판정.
 
세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짙은 우울이 내려앉습니다.
 
서둘러 임무를 처리하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 싶네요.
 
긴급 대피 구역인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세라, 행운 판정.
 
세라: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걸...까요...?
 
SYSTEM : 세라는 음료수 (이성치 1d3 회복)을 강당 구석에서 획득합니다.
 
세라:앗 히메 님...! 이것 봐요...! 음료수가 있어요...!(쫄래쫄래 음료수를 들고 왔어.)
 
마이아:(음료수?...) 사람 대신 음료수를 발견했구나. ... (너나 마시라는 표정...)
 
세라:네에...~(일단 음료수를 열심히 챙겼다!) 목마를 때 먹으면 기분이 엄청 좋을 거예요...!
 
마이아:(그거... 시원하기는 할까?) 그래, 일 끝나고 시원한 한 잔을 위해 사람부터 찾자. (지도 빤...) 다음은 어디 갈래?
 
세라:(아무것도 못 마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으음... 병원에 가볼까요...? 거기에는 의료용품이 많으니 부상자들이 거기에 몰려있을지도 몰라요..!
 
마이아:그리고 거기엔 좀비,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 (;) 알겠어, 다음 목적지는 병원. (다시 너 버리고 병원 쪽으로 걸어간다...)
 
세라:좀...좀비요?!(본인이 크리쳐면서 놀라는...)그...그런게 있을리 없어요...! 아 정말...! 히메 님 저 버리고 가시면 안 된다니까요...!!(또 너를 후다닥 따라갔어. 이게 어미를 쫓는 새끼오리가 아니면 뭘까...?)
 
 ✷ 병원 ✷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마이아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마이아:넌 오래 아파본 적 없겠지.
 
그건 마냥 좋은 게 아니라고 가볍게 덧붙이면서요.
 
세라:네...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는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픈 게 왜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마이아: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문득 생각나서. 넌 크리쳐잖아. (꽤나 강아지를 닮긴 했지만...) 병에 안 걸리는 건 편할 것 같아서.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세라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세라가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세라:(네 말을 곱씹어봤어. 아픈 적이 있었나? 없었나? 정확히는 아픈 것은 부가적인 것이었어. 고통으로 부상을 판가름하지 않았지. 죽어야하느냐 죽을 필요가 없느냐. 세라에게 있어 부상은 그렇게만 판가름 되었지.)
 
마이아:다치면 불편하거든. 나는 인간이니까.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마이아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세라:그래요...? 다치면 불편하다...(세라라는 존재는, 항상 이질감을 느꼈다. 죽으면 되는 자와 절대 죽어서는 안되는 자. 절대로 좁힐 수 없는 크나큰 간극. 그럼에도, 그럼에도...)(흘끗 목에 달린 팬던트에 시선을 흘렸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봤어.) 역시 그냥 제가 다치는 게 낫겠네요. 그쵸?
 
마이아:(저도 네 팬던트를 흘깃 쳐다보았다.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고,) ... 그냥 둘 다 안 다치는 선택지는 없는 걸까. 너 죽이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거든. (...)
 
마이아는 어쩐지,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지능 판정.
 
세라: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아팠던 기억을 더듬던 중,
 
문득 어떤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감기에 걸려 고생했었죠…….
 
어라?
 
잠깐,
 
세라가 감기에 걸린 적 있었나요?
 
조심스럽게 긴급 대피 구역인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세라:으으...여기에도 없어요...(속상한지 시무룩해졌어.)
 
세라, 행운 판정.
 
세라: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SYSTEM : 세라는 음료수를 획득합니다.
 
마이아:우리 여기 음료수 주우러 온 거 아니지?...
 
세라:대신 음료수 또 주웠어요...!(포카리X웨트 닮은 걸 흔든다.)
음...음료수 주우러 온 거 아니에요...! 그냥 보여서...
 
마이아:응, ... ... ... 우리가 찾는 생존자가 사실 포카리 X웨트였을지도.
 
세라:그런 건가요...?
 
마이아:(얼척...) 다음 갈 장소나 정하자...
 
세라:...?(대답이 없는 걸 보니 농담이었나보다...) 네에...다음에는...그으럼 백화점 가볼까요...?
 
마이아:(하아...) 그래, 백화점. 여기에는 생존자가 있길 바랄게... (제발...) (또 세라 놔두고 백화점으로 걸어감...)
 
세라:있, 있을 거예요 분명요...! 이거 제가 생존자 못 찾아서 두고가시는 거죠...!!!(또 또 버려지는 상황에, 안 버려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쫓아온다...)
 
 ✷ 백화점 ✷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바퀴째 돌던 마이아가 입을 뗍니다.
 
마이아:곧 크리스마스잖아. 선물 세트를 잔뜩 팔겠네. 아, 물론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세라:(다섯번째 빙글빙글 도는 너를 보고 의아해하다가.) 크리스마스요? 저 그거 알아요! 선물을 사고 맛있는 걸 먹는 날이잖아요...!(제일 중요한 그걸 하는 이유는 모른다!) 으으...돌아가지는 못 해도 우리끼리 그러면...선물 교환식이라도 할까요...?
 
마이아:그날은 어쩐지 다들 행복해 하지. ...(얘도 모른다...) 선물 교환식? 어떻게? 이... 백화점에서 물건이라도 훔쳐서 교환해야 하나.
 
세라:훔..훔치는 게 아니죠! 버...려지는 걸 막는 거죠...!(양심이 따끔따끔하지만 선물 교환식은 하고 싶은지 눈치를 본다.) 조금...그런가요...?
 
마이아:...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일리 있다고 생각함...) 지구 온난화를 막는 거지? (아니다.) 아냐, 좋아. 하자, 하자. (방긋...) 너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도 좋을 텐데.
 
세라:저도...히메 님이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 엄청 즐거울 거 같아요 그러면 꼭...(말을 하다가 멈칫했어. 제가 말하자면 어색하지 않지만 당신이 껴서 어색해져 버리는 문장. 사람같잖아요.) 꼬옥...가족같을 거예요! 네!(저와 당신이 친구라도 된 것이 기적임을 알면서도 이상한 말을 늘어놓았다.) 지구온난화도 막고요!
 
마이아:너랑, 내가... 가족? (익숙지 않은 그 단어에 어쩐지 마음이 복잡해져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끝내 말을 뱉었다.) 그래, 꼭 가족같겠네. (걸음을 멈추려고 했다가, 회전문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발로 유리창을 깨부쉈다.) 나는 너한테 뭘 줘야 할까. (회전문에서 걸어나오면서, 답지않게 별 것도 아닌 걸로 고민을 시작했다.)
 
세라:(입을 열었다 닫는 것에 눈치를 보다가 그래도 싫어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듯 해서 안도했어.) (쨍그랑! 소리와 함께 깨지는 유리를 보고 살짝 감탄사를 뱉었지.) 결국 깨트리셨네요...~(고민하는 널 보고 헤실 웃다 답했어.) 아무거나 좋아요! 히메 님이 주시는 거잖아요...! 저야말로 뭘 드려야할지 고민되네요...으음... 으으으음...(뇌내 모든 세포 동원!)
 
마이아:기물파손금은... ... 하아, 모른 척해야겠다. (...) 아무거나? 그런 말 하다가, 크리쳐 모양 모자같은 거 받으면 어떡하려고? (네게 대꾸하며 쥬얼리 코너로 걸어가서 무언갈 집어 온다.) 뭘 줄지 기대할게. (크리쳐 모양 모자같은 거 주면 용서 못 한다는 듯한 얼굴...)
 
세라:크...크리쳐모양 줘도 좋아할 거예요...!(라고는 말하지만 받으면 시무룩해질 거라고 얼굴에 적혀있다...) 기대하신만큼 좋은 걸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크리쳐 모양 모자는 안 가져올게요...!(후다닥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악세사리코너로 가봤지 거기에는...) (...무언가를 하나 조심히 집어왔어.)
 
마이아:네가 거짓말하는 거 처음 봐. (진짜 놀랍다는 얼굴...) 네 안목은 영 신용이 안 가지만... 뭐 가져왔어? 내 건... (네 손 쪽 흘끔 보다가 네 손가락을 살짝 펼쳐서 손가락에 반지 하날 끼워줬지. 무색 투명한 보석이 가운데에 박힌 심플한 반지.) 이건데, 마음에 들어? (안 들어도 마음에 든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얼굴로 쳐다봄...)
 
세라:거..짓말 아닌데요...!(그러다가 네가 제 손에 반지를 끼워주자 눈이 등잔만하게 커지고는 활짝 웃었어.) 반지죠...! 엄청 예뻐요...! 반짝 반짝하고...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손을 돌려보며 둘러봤어.) 너무 좋아요... 저는 그냥...히메 님은 자주 리본을 쓰잖아요 그래서...(가운데 어여쁘게 커팅된 사파이어가 박혀있고, 새틴으로 추정되는 푸른 천이 달리 리본이었지. 머리에 장식하는 용도인듯 했어.) 이거요...! 어때요...?
 
마이아:(마음에 드는 것 같아 잠시 보여준 적 없는 것 같은 미소를 띄웠다가, 네 선물을 보고서는 제 머리에 묶인 리본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네가 준 선물을 받아 잠시 바라보다가) 마음에는 드는데, 어째 너랑 닮은 색이네. (그 말을 끝으로 머리카락을 다시 묶고 리본을 장식했다.) 잘 어울려?
 
세라:(바로 제 선물을 착용해주는 널 보고 아까부터 계속 헤실헤실 거렸어. 평소보다도 더 풀어지고 기분좋아보이는 미소였지. 당신의 처음보는 미소가 좋았던 것도 있고.) 그으게...히메 님이 오늘한 리본과 안 벽치면서 이쁜 걸 고르다보니...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헤헤... 네 엄청 잘어울려요! 히메 님은 엄청 이쁘니까요. 뭘 해도 잘 어울리긴하지만요...!(진심인듯 열심히 말했어.)
 
마이아:(강아지... 아무리 봐도 크리쳐가 아니라 강아지 같다고... 오늘 세 번 생각했다.) 우연인 거야? (네가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아서 손으로 리본이나 몇 번 더듬다가 손을 내리고 미소지었다.) 그럼, 난 세상에서 제일 예쁘니까. (네 손에 딱 들어맞는 반지 물끄럼 보다가) 그럼 이제 지구온난화도 막았으니까 사람을 구하러 갈까...
 
마이아는 평소와 달리 제법 들뜬 모양입니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지능 판정.
 
세라:
지능
기준치: 52/26/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연휴나 명절은 줄곧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들뜬 마이아를 보고 있는 지금은...
 
네, 확실히 덩달아 크리스마스 파티가 기대됩니다.
 
비록 마이아는 짜증 나는 구석이 있는 직장동료지만,
 
크리스마스를 함께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쩐지 낯서면서도 낯익은 기대감이 피어오릅니다.
 
세라:네! 사람들을 구하러 가요!(저와는 관련없는 크리스마스가, 저와 관련되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한없이 기뻤다.)(크리쳐가... 크리스마스를 타인과 평범하게 보낸다니. 저도 벅차오르는 기대가 느껴졌다.)
 
두 사람은 긴급 대피 구역인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주차장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이
 
이... 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행운 판정.
 
세라: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여기도 생존자가 없어요....음료수도 없고요...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세라:어라...?
 
자동차 뒤, 보이지 않는 음습한 곳에서 크리쳐들이 출몰합니다.
 
WARNING : 크리쳐 등장!
 
세라:크..크리쳐예요! 어서 전투를...
 
크리쳐 23마리 등장!
 
전투는 약식으로 진행됩니다. 피해 다이스가 처치한 크리쳐 수가 되며, 전부 처치할 시 전투가 종료됩니다.
 
마이아:...크리쳐가 왜 대피 구역에...
 
세라:그러니까요...이래서 다들 다른 데로 도망...간 걸까요...?(눈을 잠깐 감았다 뜨고는 진지하게 전투준비를 했어.)
 
전투가 시작됩니다.
 
세라의 턴.
 
세라:
사격(라/산)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7
 
세라의 탄환이 정확히 크리쳐들을 노리고 나아갑니다. 탄환이 나아간 곳에는 크리쳐들의 시체가 쌓일 뿐입니다.
 
크리쳐 7마리 소멸.
 
세라:...(평소처럼 조잘거리지 않고 조용히 크리쳐들을 바라봤어. 탄환이 빗나가지 않도록, 어수루가게 크리쳐를 놓치지 않도록. 이럴 때만큼 흉흉히 빛나는 두 눈이 사람보다는 이형의 것에 가까웠지.)
 
마이아의 턴.
 
마이아:매일 하는 일이라지만, 방금 받은 리본을 달고 뭐 죽이는 건 좀 그렇네. (더러워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크리쳐들을 향해 탄환을 발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5
 
마이아의 탄환이 그 많은 크리쳐들 사이를 파고들어가 그들의 핵을 전부 파괴합니다.
 
크리쳐들이 그의 손에 거의 다 소멸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한 마리 뿐입니다.
 
크리쳐 15마리 소멸.
 
크리쳐의 턴.
 
조무래기 크리쳐는 도망을 시도합니다.
 
크리쳐:
민첩
기준치: 30/15/6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실패~
 
크리쳐는 급히 도망가다가 본인 다리에 본인이 걸려 넘어집니다...
 
세라의 턴.
 
세라: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9
(아둔하게 자기 다리에 걸려 넘어지다니...)(안쓰럽다는 눈.)
 
세라의 탄환이 마지막 한 마리를 놓치지 않습니다. 마지막 크리쳐의 핵을 관통합니다.
 
크리쳐 1마리 사망.
 
크리쳐가 전부 사망하였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세라:다 해치웠어요...! 다행이에요...!(아까까지 날서있던 차분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금세 헤실헤실 웃었어. 크리쳐 전원 사살, 이건 누가 다칠 일이 없어졌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마이아:응, 다행이야. (강아지... 이 생각 네 번 했다.) 그런데, 음... 이상하다.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지 않아? (어느새 지도를 펼쳐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보고 있다.)
 
세라:(...어쩐지 제가 한 4번쯤 강아지로...여겨진 거 같은데 기분탓이겠지...?) 놓친 거요? 지하철 안 가본거요?(아리송한 얼굴로 당신과 같이 지도를 봤어.)
 
마이아:아니, 그게 아니고...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거든. 그런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을까? (...) 크리쳐가 이렇게 한 구역에 많이 몰려 있는 것도 처음 보고 말이야.
 
세라:그건...그래요...왜 이런데에 굳이 몰려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넓디 넓은 다른 곳들을 놔두고 여기에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도...사람들이 어딜 가도 없는 것도...(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에 잠겼어.) 더 강한 크리쳐때문에 무서워서 이런 데로 도망친 걸까요?
 
마이아:보통 동족끼리는 죽이지 않을 텐데... (또 푹 한숨을 내쉬고,) 정말 왜일까. 아예 처음부터 생존자들은 없고 전부 함정이라서?
 
세라:그럴 가능성도 있고요...뭔지 모르겠어요... 이례적인 상황인지 함정인지...일단 지하철까지 마저 가볼까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어디선가 무언가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 판정.
 
세라: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마이아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 수도 있겠네요.
 
세라:히메 님, 히메 님.(너를 살짝 잡아당기더니.) 무슨 소리가 들려요. ...이명소리는 아니고... 뭔가 진동소리같기도 하고... 생존자들이 보내는 구조신호일지도 몰라요...!
 
마이아:진동소리? ... (가만 소리를 들어보다가) 어, 정말이네. 대피 구역이 아니라 다른 곳에 숨에서 신호를 보내는 걸까? 일단... 가 보자. (또 버리고 먼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간다.)
 
세라:정말로 이번이 몇 번째예요...!(또 소리만 듣고 저를 버리고 가는 너를 열심히 따라갔다.) 자꾸 저 버리시면 삐질 거예요...!!
 
 ✷ 빈 공터 ✷ 
 
세라와 마이아가 도착한 곳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마이아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마이아: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역시, 함정인가?
 
그때,
 
마이아?:이럴 수가, 여태 어디 있었어?
 
또 다른 마이아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마이아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마이아?:세라, 도망쳐! 그 녀석은 가짜야!
 
세라:히...히메 님이 두명...?!
 
그 말을 들은 마이아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마이아:뭐?
 
마이아?:저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마이아:잠깐, 쟤도 그런 거짓말엔 안 속겠다!
 
마이아?:절대 속지 마,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라고.
 
마이아:인류 최강인 나를 감히 누가 습격해?
 
세라:네...네...? 무슨 말인지 전...전혀...(양쪽에서 떠드는 말에 혼란스러운 얼굴로 어찌할지 몰라했어.) 하...하지만...저는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데 히메 ...님이 저를 죽이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그리고 히메 님 말대로 히메 님은 최강인데 그런 습격에 장비를 뺏길리가 없어요...!
 
마이아:너... (감동.............)
 
세라:(믿음의 눈!)
 
마이아?:최, 최강 인류도 가끔 장비를 빼앗길 때가 있는 거야, 세라... (땀 뻘뻘...) 죽이는 건... 그야... 음, 네가 너무 바보라서 신경에 거슬리는 짓을 했으니까? 나야 참지만 말이야.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능 판정.
 
세라:
지능
기준치: 52/26/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게 뭐죠?
 
마이아가 둘이라니,
 
둘 중 하나는 크리쳐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세라:저쪽의...히메 님... 정말 히메 님 아니죠...! 정체를 밝히세요...! 당신이 히메 님이 아닌 건 저도 알아요...!(어떤 말에도 넘어가지 않겠다는 굳은 눈을 했어.)
 
마이아?:...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이아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그는 긴 시간 함께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진짜 마이아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마이아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퍽!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마이아가 반쯤 날아갑니다.
 
세라가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고치던 그때,
 
세라:히메 님...!
 
크리쳐가 세라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세라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마이아?: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세라,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SYSTEM : 세라, 이성 감소 1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세라:...(뭐라 할 말은 찾지 못 하고 입맛 뻐끔거렸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마이아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마이아:아, ...진짜 거지 같네.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세라:(크리쳐 잔해와 당신. 두개를 번갈아 보다가 당신에게로 발걸음을 옮겼어.) 그...그냥요. 히...메 님을 닮은 크리쳐는 처음이라서 그런가봐요 하하...하...(저도 크리쳐인데, 저는 살고, 저...것은 죽었다. 무어라 말해야 하는가. 그냥 독특할 뿐인 크리쳐인데, 그 뿐이어야 하는데.)(생길 필요없는 죄악감에 고개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우린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지켜야 해.)
 
마이아:(고깃덩이가 된 크리쳐 잔해를 바라보다가 네게 시선을 옮겼다.) 나랑 닮았다고 그렇게 약해지면 어떡해. 여차하면 전우도 죽일 수 있어야 하는 거 알잖아.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기분이 복잡해졌다.)
그보다, 이쪽으로 와 봐.
 
마이아가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며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세라:네? 네...(가능한 잔해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네게 다가왔어.) 이 바닥이 왜요?
 
마이아:봐, 이 타일만 다른 칸이랑 재질이 달라. 그렇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세라:여기 아래에 뭔가 다른 게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그러니까 콰장창해야 한다?)
 
마이아:.......어, 그건 맞는데. 콰장창이 아니고 살며시 걷어내는 걸로 부탁해. (생각 읽은 것 마냥...)
 
세라:네에...~(어떻게 생각을 읽으신 거지...?! 역시 히메 님은 대단해...)(살짝 색이 다른 타일을 걷어냈어.)
 
세라가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마이아입니다.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세라와 마이아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아, 정말 살았어요."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우린 안전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세라와 마이아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세라와 마이아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걸요!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세라:이거 미안해서 어쩌죠...?(속닥속닥)
 
마이아:뭐, 어쩔 수 없는데... (속닥...)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세라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세라:(벙커에서만 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너무 늦기 전에 구해내서 다행이야...)
 
아니, 마음이 아픈가요?
 
울컥, 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세라는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세라는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마이아:세라!
 
뒤늦게 마이아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세라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세라가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 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세라를 마이아가 받아냅니다.
 
세라:...(저를 원망하는듯, 저주하는듯한 눈빛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멀어지는 의식, 저 떨어지는 별처럼 아스라이 멀어지는 의식임에도 감정은 이루말할 수 없이 터지고 커졌다. 미안, 미안해요. 미안해요...) (쓰러지는 몸뚱아리, 저는 또 다시 살아나겠지. 그리고 다시 임무로 나가고, 크리쳐임에도 나름의 특별우대를 받아서 살아나가고, 그리고, 그리고. ...)
 
이것으로 세라는 2회차 사망을 맞이합니다.
 
...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세라는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세라는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감소 없음.
 
세라:(...최고조여야 하는 컨디션인데 상처가 아팠다. 왜? 이런 적이 없는데. 덜 회복된 상처에서 부터 머리로까지 당혹감, 혼란함이 퍼졌다.)...히메...히메 님...?(자연스레 저를 항상 도와주던 제 동료를 불렀다.)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세라가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마이아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세라는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아가 죽은 세라를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세라가 마이아를 부르자, 그 소리를 들은 마이아가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마이아:...일어났어?
 
관찰력 판정.
 
세라: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마이아의 심기가 불편해 보입니다.
 
세라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요...
 
세라:저어...제가 뭘 잘못한...건가요...?(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널 보고 눈치를 봤어.) 여기는...어딘가요...?
 
마이아:(머리에 감은 붕대를 더듬다가) ...나, 화 안 났어. (거짓말 하는 투는 아니었다.) A시에 있는... 집. 널 밖에 그대로 방치하기는 좀 그래서. ...또 까마귀가 물어갈지도 모르잖아.
 
세라:까마귀에 물려가면...안되긴 하죠. 네... 그러면 찾기 너무 힘들어지잖아요... 그쵸?(조금 배시시 웃으며 말하곤 둘러봤어. 그럭저럭 좋은 집으로 들어온듯했지. 편안히 쉴곳이 있긴 했으니까.) 화 안 나서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저 ...상처 부위가 너무 아파요...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원래라면 다 나아야하는 거...아닌가요?
 
마이아:...처음 네가 까마귀에 물려갔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는 해? (건조한 웃음. 이어 들려온 네 말에 그 웃음마저 사라졌다.) ...뭐? ...왜? (네 손을 꼭 잡고 바닥을 쳐다보았다. 조금씩 떨려오는 손)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건데. (...) ...너무 자주 죽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애써 다른 생각으로 돌렸다.) 걸을 수는 있겠어?
 
세라:...제가 처음 까마귀에 물려갔을 때 기억이 없어서...저도 잘 모르겠네요..(어쩐지 힘이 나지 않아서 저도 살짝 메마르게 웃어보였어.) ...너무 많이 죽어서요...? 요즘 유독 많이 죽어서 그런 걸까요? 영원불멸은...없어서? (읽었던 책들 중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면 동화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보다는 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게 많을까. 다들 저처럼 죽으면 살아나지 않아서? 아니면 저도 끝이 있어서? 아니면...) 네...걸을 수는 있을 거예요, 아마...?
 
마이아:...영원불멸이 없다니, 그런. ...아닐 거야. 그런 얘기 하지 마. (여느 동화들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말에 영원불멸이 없다고 해도, 그 말에 붙은 행복이 없는 마지막이어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이름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에 나온 등장인물을 닮은 것 처럼, 우리의 마지막도 그래야만 한다.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그럼 다행이네. 생존자들은 헬기에 태워 보냈고, 2순위 사항인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거든. 다만 3일이나 지나서 지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했어. 그래서...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할 예정이래. 지금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조속히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어. ...그런데,
 
이미지
 
마이아: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어. 위치는 X 제약 회사.
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네.
나 혼자 가서 구해올게. 넌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세라:네? 말도 안 돼요...! 히메 님도 부상이 심한데...!(소공녀 세라. 귀애받는 아가씨였다가, 천덕꾸러기였다가, 원래의 지위를 되찾는 이야기.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대신 이제 그 세라가 제가 된다면, 제목이 바뀌겠지만, 괴물 세라. 그 끝에는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소공녀가 되어 살아가는 세라가 있으면 좋겠다고, 우스운 바람을 항시 품고 있었다. 당신의 생각처럼 저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같이...같이 가면...(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전력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혼자 보내야 한다니 망설여졌다.) 그러면 안 될까요...?
 
마이아:...그래도 너보단 내가 멀쩡하니까,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안심하려는 주문인 것 마냥, 이내 잡았던 네 손을 놓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너, ... 안 죽을 자신은 있어? (그래, 이 감정은 불안감이다. 영원불멸을 논하는 네 앞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세라:...그럼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 임무를 해왔잖아요. 네? (괜찮다고 했지만 네게서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최강이라고 해서, 육신이 최강이라고 해서. 그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합금처럼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뚫렸던 상처에서 아직도 고통이 느껴졌다. 이 고통이 당신에게 여태까지 들러붙어 있던 공포였을까.) 할 수 있어요. 해낼 거예요. 구해내고, 우리 다 더는 안 다치고...무사히 복귀할 거예요.(바보같이 웃지 않은 진중한 얼굴로 말했어.)
 
마이아:우리가 지금까지 항상 함께였다고, 모든 상황에서 함께일 수는...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 평소였으면 감췄을 텐데, 네가 조금 위태해진 게 뭐라고 절 이리 불안하게 만드는지. 하지만 몸 상태와는 대조적이게 네가 하는 말은 정말로 평소같고 올곧아서,) ...그런 바보같지 않은 표정으로, 바보같은 말을 하는 거야. 왜. (웃음을 지었다. 네 모습에 묘한 안정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알았어, 그럼 무리 안 한다고 약속하면 같이 가는 거 허락해 줄게.
 
세라:네...! 절대로 무리하지 않을게요...!(네 허락을 받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제 몸이 지금 삐그덕거리고 당신도 아프지만, 우리는 더한 상황에서도 함께였다. 함께 임무를 수행했고, 이겨냈었다. 지금 우리가 숨을 쉬고있는 것자체가, 우리가 해내고 살아남았다는 증거였다. 누구보다도 훌륭한 물증이 이곳에 있는데, 어찌 이제와서 무섭다고 도망치겠는가.) 저도...모든 상황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함께할 수 있어요. 그렇죠? 네? (다시금 웃어보였어. 절대로 죽지않겠다는 약속처럼.) 저는...바보아니라니까요. 히메 님도 참... 그럼 같이 가는 거죠?
 
마이아:...응, 약속한 거야. 꼭 나랑 같이 생환하기로. (평소같은 네 환한 미소에 저도 평소처럼 네 볼을 두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래, 평소처럼 함께 등을 맞대고 싸우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을 터인데 왜 그렇게 두려워 했을까.) 그럼, 유일한 내 파트너가 나잖아. (활자로 새겨지지 않은 약속을 확실히 제 눈에 새겨넣었다. 나도 약속해야겠지, 마주 웃어보였다.) ...네가 바보가 아니면 세상에 바보는 없어. (;) 응, 같이 가자.
 
그렇게 두 사람은 장비를 챙겨 X제약회사로 향합니다.
 
...
 
 ✷ X 제약회사 ✷ 
 
마이아와 세라는 X 제약회사에 도달할 때까지 몇 번의 전투가 더 있었습니다.
 
마이아의 말대로, 정말 이상할 정도로 크리쳐가 많습니다.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SYSTEM : 두 사람 다 큰 부상을 입었으므로 마이아와 세라의 특성치가 보정을 제외한 기본치로 돌아갑니다.
 
SYSTEM : 기본치가 너무 낮다면, 60으로 고정됩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마이아: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좌측부터 찾아볼게.
 
마이아는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세라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세라:저는 그럼 반대편으로...!(당신과 반대되는 쪽을 수색하러 나섰어.)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세라:어라... 감시카메라가... 그래도 몇 개는 작동하는 게 신기하네요...(감시카메라에 시선을 잠시 시선을 고정했어.)
 
감시카메라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라,
 
관찰 판정.
 
세라: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세라는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세라가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세라:여기는 제가...(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느닷없이 죽고, 느닷없이 사람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는 크리쳐를 만나고...) 이제는 텅...비어있을까요.(어쩐지 시선이 가서 확대해봤어.)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라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세라:(그러고보니 제가 죽은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히메 님이 제대로 처리하셨겠지만...)(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3일 전 날짜를 입력했어.)
 
세라가 날짜를 입력하면,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마이아가 쓰러지는 세라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내 실수야."
 
한탄하듯 말한 마이아는 세라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푹 쉬어.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세라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마이아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세라를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마이아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세라? 벌써 회복한 거야?"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세라가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마이아는 탐사자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세라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마이아는 마른 땅바닥을 구릅니다.
 
세라는 마이아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마이아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감소 1.
 
영상은 마이아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마이아: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하자. ...거짓말한 건 미안해. 하지만 우린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아. 시간이 얼마 없어.
 
세라:ㅎ...히메...히메...님...이...이건...(두 눈이 쉼없이 흔들리다가 애써 평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제가 짐승같이 이성을 잃는...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건.) ...네. 지금은 다른 중요한...일이 있죠. 나중에 우리...이야기 해요 네.(영상 속 저는 정말로 그냥 한 마리의 크리쳐이자 괴물이었다. 아름다운 어느 공주님과 거리가 멀디 먼, 왕자님의 손에 의해 목이 베어져야하는 괴물.) ...들어가는 법은...찾으셨나요...?
 
마이아:...세라, 널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마. (평소에는 부르지 않는 네 이름 두 글자. 비어있는 네 한 쪽 손이라도 잡아보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안정할 수 있게, 네가 너를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응, 찾았어. (그 말을 끝으로 개폐 버튼을 눌렀다.)
 
세라:저...저는 그런 생각...안...안 했...(덜덜 떨다가도 네 손을 잡자 진정했다. 이 손으로 이성이 나갔다는 명목하에 몇 번 당신을 공격했던가. 그리도 괴물같은 모습으로 당신을 공격했는데도, 당신은 저를 괴물이 아니라 해줬다. 이 두 손이 사람의 손임을 다시 한 번 알려줬다. 여기서 한가롭게 궁상 떨 시간은 없다.) 다행이에요. 어서 가요.(한결 진정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이아:...바보가 하는 생각을 내가 모를 것 같아? 답지 않게 거짓말하지 말고, 힘들면 조금 쉬었다 가도 괜찮으니까... 꼭 말해. (말 끝에도 놓지 않는 손, 언제나 널 두고 먼저 갔던 제가 지금은 너와 발맞춰 걷는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 연구실 ✷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엎어진 남자, 테이블, 벽면의 서랍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라:(전체적으로 둘러보다가 테이블을 살펴봤지.) 여기에는 뭐가 있을까요...
 
일단... 생사를 확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세라:(조오금 외면하고 싶었던 남자에게 일단 먼저 시선을 줍니다...)(안 살아있을 거 같은데.)
 
 ✷ 엎어진 남자 ✷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머니가 볼록 튀어 나와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라:이 사람이 구조신호를 보냈나봐요... 하지만 이미...(안타깝다는 얼굴로 남자를 바라봤어. 저와 다르게 한 번 죽으면 영영 다시는 못 일어나는 생명체란...) 그런데 주머니에 뭐가 있나요. 잠시 실례할게요.(살며시 주머니를 살펴봤어.)
 
주머니를 살펴보면, 열쇠를 발견합니다.
 
세라:히메 님...~ 여기 열쇠가 있어요... 다른 데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으니 다 살펴봐야겠죠...?(열쇠를 짤랑짤랑 흔들며 말했어.)
 
마이아:열쇠? (어디다 쓰는 걸까...) 그래, 다 살펴보자.
 
세라:(남자는 더 살펴본듯 해, 숙였던 허리를 일으켰어.) 그러면 이제 나머지를 볼까요...?(테이블이나 서랍에 시선을 던졌지.)
 
핸...드폰안보면후회할듯
 
세라:(아 맞다 핸드폰...!)(얼른 핸드폰을 봤어.)(까먹을 뻔했어요...힝)
 
휴대폰을 열면, 메모장이 켜져 있습니다.
 
·· HANDOUT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주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다른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세라:자장가...?(의아한 얼굴로 바다가 잊지 않게 꼭꼭 기억했어.) (이제 진짜로 다른데 얼른 조사할게요...!)(테이블을 봤어.)
 
 ✷ 테이블 ✷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세라:뭐를 연구한 걸까요...(종이 바스락 바스락)
 
·· HANDOUT ··연구 일지━━━━━━━━━━━━━━━━━─학회의 낯선 이는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그의 소지품 중 작은 금속 크리쳐의 암수 한 쌍을 손에 넣은 이후, 나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크리쳐의 무한한 재생 능력은 경이로웠으나, 핵이 제거되면 사망해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금속 크리처 핵의 중심 물질, C.V를 채취해 다양한 실험체에게 주입했다. 대부분이 견디지 못하고 흉하게 녹은 채 움직였으며, 핵이 제거되면 사망하는 성질은 유사했다. 종종 특수한 능력을 갖춘 채, 다른 녀석보다 지능 있는 개체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이들도 역시, 핵의 제거와 동시에 죽음에 이르렀다. 그런데, 실험생물 5000마리 중 단 한 마리, 알파만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월등한 능력을 보였다. 알파에게서는 핵을 찾을 수 없었으며, 아주 작은 생체기관만 남아있어도 충분히 시간만 주어지면 신체를 재생해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가장 영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알파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녀석이었다. 나는 알파를 통해 실험체가 우수한 생물일수록 완전한 크리처 생성의 성공률이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1년이 넘어갈 무렵,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사건'이 일어나버렸다. 실험실로 돌아왔을 땐 알파가 실험체 대다수를 학살한 후였다. 그건 그야말로 '폭주'였다. 알파가 자신의 동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능한 크리쳐처럼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후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알파는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과다출혈. 마지막에 있던 폭주 이후 알파는 평범한 실험생물로 돌아갔고, 평범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전조는 거의 없었다. 사망 후 재생 속도가 차츰차츰 느려지기 시작했던 것 외에는……. 부작용 없이 인간에게 C.V를 쓸 수 있다면, 국내의 군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겠지. 
 
연구 일지를 다 읽고,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세라는 전부 기억해냅니다.
 
세라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SYSTEM : 세라, 이성 3 감소.
 
다른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세라:...(갑작스레 떠오른 기억에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일단 시선을 돌렸다. 지금 감상에 젖을 시간이 아니었다.) ...서랍에는 뭐가...(서랍을 살펴봤어.)
 
 ✷ 벽면의 서랍 ✷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한 칸만 잠겨있습니다.
 
세라:(아까 주운 열쇠랑 뭔가 연관이 있을까?)(냅다 아까 주운 열쇠를 꽂아봤어.)
 
열쇠를 넣고 돌려보면, 찰칵 하고 자물쇠의 잠금이 해제됩니다.
 
세라:(열렸다!)
 
서랍 안에는 편지 꾸러미가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장의 편지입니다.
 
세라:...편지가...(편지를 한 장 한 장 열어서 읽어내렸어.)
 
·· HANDOUT ··편지 1━━━━━━━━━━━━━━━━━─보내주신 새로운 C.V의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실패작은 늘 그렇듯 안전지대 밖으로 전부 폐기했습니다. 상급은 그나마 성공한 편이지만, 하급은 정말로 쓸 게 못 되는군요. 다음 달 중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AOC에서 협조를 승낙했으니, C.V의 추가적 공급을 요청합니다. 해당 밀서는 확인 후 소각하십시오. 
 
·· HANDOUT ··편지 2━━━━━━━━━━━━━━━━━─확인했습니다. 다만,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들어 추가 공급 요청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러다 도심지에 C.V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부디 진행 속도를 늦춰주십시오. 적당한 위기감을 조성해 민간인을 통제하는 정도로만 사용한다고 하셨잖습니까. 요즘은 연구 보고서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가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지능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크기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능
기준치: 52/26/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1 감소.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세라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3일 이상 노출되었던 마이아는?
 
마이아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마이아의 컨티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마이아:세라, 나......
 
세라:...히메...히메...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마이아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마이아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마이아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마이아는 크리쳐가 되었으며,
 
세라는 인간으로 되돌아갑니다.
 
SYSTEM : 핸드아웃 ‘SERA’ 가 공개됩니다.
 
이미지
 
SYSTEM : 핸드아웃 ‘MAIA’ 가 공개됩니다.
 
이미지
 
이성 판정.
 
세라: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SYSTEM : 세라 이성 1 감소.
 
어느 순간,
 
마이아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세라가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마이아가 세라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세라는 대응할 틈도 없이 마이아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세라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마이아의 얼굴이 비칩니다.
 
SYSTEM : 세라, HP 1 감소.
 
세라:컥....히...히메...니...ㅁ...(너무 순식간에 뒤집힌 상황. 엄지공주는 다른 존재가 되었고, 괴물은 소공녀로 돌아왔다. 기뻐야할 상황인가? 네가 말했던 두사람의 해피엔딩이 이건가?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었다.)(힘겨이 발버둥쳤어.)
 
이내, 마이아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세라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마이아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마이아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세라를 공격한 마이아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세라 크루:(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어. 위로, 그저 위로 향하는 당신을 바라봤지. 어딜가는 거예요? 거기에는 히메 님이 바란 결말이 없어요.)...
(당신을 쫓아가기 위해 몸을 어떻게든 움직였지.)
 
...
 
후들거리는 다리는 세라가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마이아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세라는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마이아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마이아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괴물이 아니라고 했던가요?
 
전부 다 괜찮다고, 쉬어가고 싶다면 말하라고 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마이아는 세라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마이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라 뿐입니다.
 
세라 크루:(흑색의 하늘, 쉴새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 백설공주의 시작 부분같다는 생각이 우습게도 들었다. 새까만 흑단과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가 태어나 시작된 동화... 그 동화를 참 사랑하고 사랑했다. 이실직고하자면, 세라는 단순하게도 사랑받는 공주이야기가 좋았다. 어떤 역경이 와도 극복하고, 행복해지고, 사랑받고.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왕자님과 결혼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없고, 모두를 구원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래서? 그게 뭐가 잘못됐는가. 뭐가 나쁜가. 이 자리에 서있는 세라는, 소공녀 세라가 아니다. 소공녀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소공녀가 절대 될 수 없는 세라다. 그러니까, 우리가 써내려가는 건 한편의 새로운 동화다. 주인공은 저와 당신인 새 동화다. 시작도 끝도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르고, 왕자는 어디에도 없고...피가 흐르고 진흙탕을 구르고, 말도 안 되는 괴물과 싸우고, 괴물이 되기도 하고. 더럽고 추악하고 괴롭고,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이것은, 우리의 동화다.)...히메 님. 저한테 하신 말씀...기억나시나요? 괴물이 아니라고 하셨죠... 네. 괴물이 아니라고요. 사람의 목을 뜯고 달려들어도, 아니라고요. 저요... 맨날 맨날 책 읽어도 머릿 속은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굴어서. 다들 바보같다고 했어요. 이렇게 바보같아서 세상 어떻게 살래...하고요. 하지만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게 아니에요. 알아도, 그게 좋아서 그랬던 거예요. ...히메 님.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하자고...했잖아요. 거기 그만 서있고 돌아가요. 네? (두서없이 말을 뱉다가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았다. 아마도 당신이 자주 봤을 미소. 당신에게 익숙할 미소.) 저...저 크리쳐였는데...사람으로 돌아왔잖아요. 히메 님도 방법이 있을 거예요...그러니까...거기 있지마요...(잘 보이지 않는 네 표정에도 담담히 조심스레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어나갔다.)
 
마이아:(엄지공주, 행복해 보이는 동화. 실상 그에게 없는 것은 해결되지도 않고, 나름의 행복을 찾으러 가면서도 온갖 수모를 당하고, 부모조차 보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해피 엔딩 이라 칭했다. 저는 그 동화와 꼭 닮아있었다. 남에게 추해 보이지 않으려고, 키를 키우고, 머리를 묶고, 예쁘게 웃고... 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음에도 열등감과 트라우마만은 여전했다. 이런 인생이 다 무슨 소용일까? 자조했다. 네 동화에 나는 낄 수 없다. 만일 새 동화를 쓴다 해도, 그런 동화가 있다면 사상 최악의 동화라고 혹평받을 거야. 그런 생각들이 생각들의 근저에 떠돈다.)...세라. (온통 검은 하늘, 쏟아져 내리는 눈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종언하듯 불려지는 네 이름. 다가 오지 말라는 듯 날이 선 목소리. 크리스마스 파티 하자는 말을 듣지 못한 척, 무시했다.) 돌아가. 이곳에 구출할 사람은 없었어. (난간을 꽉 잡는다. 난간이 볼품없이 휘어지는 것을 보았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네 미소를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감각이 탁해진다.) 방법이 있다면, 우선 소중한 너를 죽이지 않는 방법부터 알려줄래, 제발. ... (네게 무어라 가만히 말을 꺼내기도 힘든 정신상태로, 네게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다가오면 찔릴 거야.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처럼 영원한 잠에 빠져들겠지. 그러기 전에 제발, 내 시야에서 없어져 줄래...)
 
세라 크루:...(제가 읽었던 책 중에는 엄지 공주도 있었다. 다른 동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해보이는 해피엔딩이 그 동화의 결말이었지. 그래서? 네 이름이 엄지공주의 이름과 비슷해도, 제 이름이 소공녀와 비슷해도. 우리는 그 동화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었다. 아주 다른 각기의 존재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디에도 왕자도, 보물도, 성도 없다. 있는 것은 다 무너져가는 도시와, 간신히 수복하려는 도시. 저희를 이용하려고 아가리를 들이미는 윗 사람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면, 우리가 여태 살아온 발자취는 무엇이 되겠는가.) 네, 구출할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귀환해야할 사람은 둘이나 있어요.(사람이란 말에 힘을 주어 말하고.) 안전지대를 지키는, 다시는 없을 서로가 서로의 파트너인 우리요. 저를 죽이지 않는 방법이요? 이상한 질문이에요. 히메 님. 저는... 최강의 인류예요. 최강이라는 말이 뭔지 알죠?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는 말이에요. 제가 사람이 아니었을 때는, 히메 님이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이제는 제가 그러면 될 뿐이에요.(잠자는 숲속의 공주라. 그렇게 될지도 몰랐다. 인간의 몸은 너무 무르고, 크리쳐의 몸은 너무나도 질기다. 아무리 난도질해도 크리쳐는 수복되는 반면, 사람은 단 한번의 칼질에, 단 한 번의 출혈에 죽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 평범한 사람이었던가. 우리는 이 인류를 대표하는 최강이라는 칭호를 감히 달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할 수 있어요. 히메 님이 걱정하시는 게 뭔지 알아요. 단언컨데 할 수 있어요 우리는요. 히메 님이 저를 죽이지 않는 것도, 무사히 돌아간느 것도, 돌아가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웃는 것도. 전부 다 할 수 있어요. 제가...못 미더우신가요?
 
마이아:(우리가 우리여도, 하등 달라질 것 없는 일인 것을. 우리는 우리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 죽였다.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이런 발자취가, 과연 계속 남겨져도 되는가? 만일 계속 남긴다고 해도, 의미 없는 걸음일 텐데도.) ... (기억이 흐려진다. 제가 여기에 뭘 하러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는다. 나아가 지금 앞에 서 있는 너, 네가 좋아하는 것들, 네 성격조차 기억해낼 수 없다. 하지만 제 머리 뒤에 묶인 리본만큼은 기억해낼 수 있다. 아, 그럼 이거... 이제 버려야 할까.) 여기 사람은 하나밖에 없는데. (네게 가까이 걸어간다. 네 발치까지 걸어가서는 내가 네 눈에 정말로 사람으로 보이냐는 듯, 네 한 쪽 어깨를 힘주어 꽉 잡고는.) 제대로 말해야지, 바보야. 사람 한 명이랑, 괴물 한 마리가 있어. (뼈가 부서질 듯한 강한 악력을 네게 가하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파트너? 최강의 인류? 도움? (네가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묘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다.) 무슨 말일까, ...난 그냥 세라를 죽이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내가 언젠가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바보같이 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세라는 결국 안 듣는구나. (네 어깨에서 손을 뗐다. 이어 네 복부를 걷어차, 철문에 부딪히게 만들었다.) 총을 들어.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감히 최강의 인류의 칭호를 달고 있는 네 실력을 보여 줘. 내 눈에 담기는 네 마지막 모습이 이런 똥강아지같은 모습이길 원해? (네가 선물해 준 리본이 바람에 나부낀다. 네 머리색을 꼭 닮은 리본. 제 머리색과는 대조되는 리본. 그것을 여전히 놓지도 못 하면서 너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내 주제에 너랑 어떻게 파티같은 걸 할 수 있겠어.
 
세라 크루:...(당신만 죽였을 거라 생각하는가. 당신이 죽인만큼 저도 죽였다. 여기서 깨끗한 이는 아무도 없다. 당신이 말하는 대로면 여기서 죽어야하는 건, 당신뿐만이 아니라, 저도 해당되었다. 한 번 인간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서, 다시 크리쳐로 돌아가지 않으리란 법이 어딨는가? 애초에 더러운 발자취를 논하자면, 지금이야 멀쩡해졌지만 제가 훨씬 더.) ...아뇨.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에요.(으스러질듯 아려오는 어깨에도 표정을 구기지 않았다. 버텼다. 저는 최강의 인류. 수많은 역경을 딛고, 실험을 당해 한 때는 괴물이었으며, 다시 한 바퀴 빙돌아 제자리를 찾은 자.) 저를 죽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죽여보세요. (제 복부를 걷어차 문에 처박았음에도 신음하나 나오지 않았다. 꽉 깨물은 입 사이로 피가 흘렀나 흐르지 않았나.) 제가...괴물이었을 때는 저는 히메 님을 죽이고 싶었던 적이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몇 번이고 죽이고 싶어했어요.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죠. 제 나이도 히메 님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히메 님이 무슨 상태인지는 히메 님만 아는 게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총을 쥐었다. 네 처음보는 미소를 이 두눈에 담았다. 그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우면서도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깨질 유리처럼 위태로운 기분에...) 바보같이 살지 말라는 말...제가 몇 번 들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세라예요. 제가 하고픈 걸 해요. 그 누가 바보라고 해도, 어리석다해도. 제가 원하는 걸 해요.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나아가요. (제 리본을 풀지 않은 너를 눈에 담았다. 너는 스스로를 지금 멸망이라 여길지도 몰랐다. 당신과 제 사이의 종말, 당신 스스로의 멸망. 저는 당신이 멋대로 내리려는 종언을 막기 위해 총을 쥔다. 그 무엇도 놓지 않으려고 상처도, 고통도 견딘다. 사람은 나약하다. 언제 부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이 만일 쓰러지지 않고 버틴다 하면, 그것은 분명 의지라고 부를 수 있겠지. 이것은 의지다.) 제 이름은 세라, 세라 크루. 최강의 인류. 안전지대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하나 뿐인 파트너와 무사 복귀를 하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결전의 시간이다.)
 
마이아와 세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는 세라>마이아 순으로 진행됩니다.
 
일반적인 coc전투 룰을 사용하며, 회피 및 반격이 가능합니다.
 
세라의 턴.
 
세라 크루:
지능
기준치: 52/26/10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능 판정 성공.
 
자장가를 읊으면, 마이아가 주춤합니다.
 
마이아:...지금 뭐 하는 거야?
 
세라 크루:...글쎄요. 제가 이기는 길 중 하나를 하는 거라고 할까요.
 
마이아:그럼, 못 하게 방해해야겠네. 그 듣기 퍽 좋은 자장가를 말이야.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이아의 턴.
 
마이아:
비무장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세라 크루: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이아의 주먹이 세라의 복부를 강타합니다.
 
아까도 맞은 부분에 들어온 공격. 맞은 곳이 아릿합니다.
 
SYSTEM : 세라, 체력 -3 감소.
 
세라의 턴.
 
세라 크루:...!(내리꽂히는 주먹에 괴로운 감각이 물씬 올라왔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가능한 버티고 섰으나, 아릿함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쓰러질 수는 없었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력 판정 성공.
 
세라가 자장가를 전부 읊으면, 마이아의 몸은 힘을 잃은 듯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세라는 알파를 재우는 주문에 성공합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
 
마이아가 잃었던 눈빛이 차츰 되돌아옵니다.
 
A시가 폭파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당신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전장을 이탈하거나, 다시 AOC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상부에 침입해 이 일을 꾸민 사람들을 전부 죽이겠단 생각도,가능합니다.
 
그 모든 선택권은 최강의 인류,
 
세라와 마이아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마이아:...세라. (옥상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도 들지 못하고 네 이름 두 글자를 불렀다. 그 어느 때에도 들어본 적 없는 초라한 목소리.)
 
세라 크루:...히메 님...?(네 목소리에 응답하고는 가까이 다가갔어.) ...우리 어서 도망쳐야해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이아: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자주 듣던 네 호칭. 네게 그런 호칭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 ...어디로 가고 싶어?...
 
세라 크루:...잘 모르겠어요. 뭐가 바른 건지도요. 하지만 일단은...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어영부영 덮어놓고 넘어갈 사건이 아니잖아요. 우리 인류 최강이잖아요. 이제는 휘둘리지 않을 자신있어요.(저를 바라보라. 이 미소에 그늘이 있는가. 당신이 변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느낀 얼굴인가. 그도 아님 여전히 하나의 파트너를 바라보는 평범한 세라의 미소인가.)
 
마이아:(돌아간다는 네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왜?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 평소라면 이런 얼굴 쯤은 감췄을 텐데 이제 네게 무엇이고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세라, 넌... 쟤네들한테 인생을 뺏긴 거야. 알아? 이 내막을 다 무시하고, 다시 돌아가서 살 거야? ...왜 그런 짓을 해. 난 안 돼. 용납 못 하겠어. (간극 후에 이어지는 낮은 울음소리.) 내 앞에서만 바보여도 되잖아...
 
세라 크루:...알아요.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도망친 곳이...제가 정말 바란 곳일까요. 제가 바란 결말이 나올까요?(당신의 무력한 모습은 어쩌면 처음 보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항상 제가 더 바보같고 작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왜 당신이 더 작게 느껴질까. 당신이 해줬던 것처럼, 당신을 조심스레 쓰다듬었어.)바꿀 거예요. 다시는 이런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막을 거예요. 안될 수도 있죠... 우리에게 또 나쁜짓을 하려고 할지도 모르고요...으음...그러면 그때 도망칠까요? 우리는 최강이잖아요. 그때 도망쳐도 안 늦을 거라 생각해요. 바보니까...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거겠죠?(당신의 얼굴가 대비되게 저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어. 어디 머리라도 다친 걸까. 아니지, 당신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얼굴이지. 같이 돌아갈 수 있기에 유지할 수 있는 표정이겠지.) 크리스마스 파티, 해야죠?
 
마이아:...그럼, 세라가 바라는 건 뭐야? 어떤 세상을 바라? 어떤 결말을 원하는데? (널 올려다보았다. 머리가 어지러워졌지만 그래도, 쓰다듬지 않는 쪽의 네 팔을 붙잡고는) 세상은 바뀌지 않아. 물론 윗 사람들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런 곳에서 우리가 아무리 힘써봤자, 의미가 없을 거란 말이야... (멈추지 않는 눈물이 땅에 하나 둘 떨어져, 쌓인 눈들을 녹게 만든다. 눈 들이 물이 되고, 그만큼 또 눈물은 불어나서...) 세라는 끝까지 바보야. ...차라리 내가 네가 오기 전에 자결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이런 쓸데없는 상정따위 하지 않았을까... (...) 크리스마스 파티를 어떻게 하겠어. ...아무것도 모를 때도 못 했었잖아, 우리.
 
세라 크루:모두가 행복해지는 걸 바라긴...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걸 알아요. 우리같은 희생자가 더는 나오지 않는 세계를 바라요. 또 똑같은 일이 생기는 걸...적어도 제 눈앞에 한에서는 막고 싶어요.(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눈물을 바라봤어. 당신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결하면...제가 도망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죠... 그래도 돌아갔을 거예요. 대신 죽은 히메 님의 시신을 안고 펑펑 울면서...다시는 없을 파트너를 평생 그릴면서 살아갔겠죠. 파트너 하나 못 지킨 바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잖아요. (아무것도 못 할 때도 못 했던 파티. 이제와서 하자는 것은 실상 기만인 것을 저도 알았다. 못 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들이 저희를 가만둘리가 없는 것도 알았다.) 히메 님. 우리, 항상 함께였잖아요. 힘든 임무도, 몸이 아플 때도 함께였잖아요. 저를 소생시킬 때도 함께고...히메 님이 크리쳐가 됐을 때고 함께고... 제가 돌아올 때도 함께였고...우리 같이하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최강이랑 최강을 더 하면... 엄청난 거 잖아요 그쵸? 그렇다면 이번에는 히메 님께 물을게요. 히메 님이 바라는 미래는 뭔가요. 제가 도망치고 히메 님음 도망가는 미래? 그런 미래가 히메 님이 가장 바란,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에요? 네?
 
마이아:...도망가서도 막을 수 있잖아, 그런 건... ... (네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전신이 덜덜 떨렸다.) ...세라가 만일 돌아간다고 해도, 그 모습을 적어도 나는 안 봤을 거야. 파트너를 남겨두고 혼자 죽을 생각을 하다니, 나 정말 파트너 자격 없네. ...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제 주머니에서 네 목줄을 푸는 스위치를 눌러주었다.) 네가 자유로워졌으면 했어. ...너는 네 자유보다 불확실한 다른 사람들의 자유가 더 소중한 것 같지만. (...) 도망치는 건, 나쁜 게 아니야. 세라. ... 우리가 동화속 공주님도 아니고 꼭 이상적인 결말을 찾아야만 할까.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애써 일어나서 난간 쪽으로 걸어갔지.) 세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생기겠네. ...그 사람도 최강일 테니 걱정치 마. 나보다는 성격이 좋고, 의견도 일치하는 사람이길 바라. (뒤돌아 방금까지 울던 얼굴로 웃었다. 여전히 나부끼는 네가 준 리본. 어울리지 않는 그 리본 색만이, 눈에 선명하다.)
 
세라 크루:...히메 님은 두려운 거군요. 미래가요. 앞으로는...이전처럼 있지 못 할테니까요. 있잖아요. 그건 도망가도 똑같아요. 이전과 같을 수 없어요. 알잖아요.(목티로 가려졌던 목걸이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풀어준거구나. 그 스위치는 당신에게 있었구나. 그러나 제가 자유가 된 게 중요하지 않았다.) 도망치는 게 나쁘다고 ...저도 생각하지 않아요. 히메 님. 저는 계속 안 도망치겠다는 게 아니에요. 부딪혀보고...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도망가도 늦지 않겠다는 거죠. 새 파트터는 생기지 않으 거예요. 제 옆에는 항상 히메 님이 계실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게요. 제가...제가 해낼게요. 이상향을, 동화를 현실로 만들어볼게요. 만일 모든 발버둥쳤는데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 하겠음...그때 도망가요 네?(당신은 꼭 저를 놓아줄 것처럼, 저랑 멀어질 것처럼 말하면서 아까부터 리본을 풀지 않아도. 제 손에도 끼워진 반지가, 제 손가락을 잘라먹을듯 그 존재감을 뽐냈다. 반지가도 끼워준 사이면서, 왜 당신은 멀어지려고만 하는가.) 우리 좀 더 힘내봐요. 히메 님. 우리는 최강이고, 아직 살 날도 많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제가 크리쳐일 때도 수많은 걸 해냈잖아요. 히메 님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다면 지금처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마이아:...어디로 가든지 이전처럼 있을 수 없는 건 똑같아. 그리고 더이상 내가 네 곁에 있을 수 있는 자격이 없음을 알아. (너는 어째 새장 문을 열어줘도 나오는 법을 몰라 나오지 않는 새처럼 구는지. 아예 새장을 없애도 새장이 있던 자리를 너는 계속 맴돌 것만 같다.) 알잖아, 동화는 현실이 될 수 없는 거. 지독하게 잘 알고 있잖아, 우린... (빛을 받지 않아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네 반지를 쳐다보았다. 순수한 너를 꼭 닮아서 고른 반지. 아, 그런데 지금은 네 그 성정이 왜 이리 미운지...) 나, 죽지 않을 거야.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네 옆에 내가 없는 게 싫어? 아니면 파트너가 내가 아닌 게 싫은 거야? (눈을 접어 웃었다.) 영원불멸은 없어, 세라. (어쩌다 네가 이런 말을 내뱉게 된 건지.) 뭘 위해 힘내야 할까, 우린. (...) ...인류를 위해? 인류를 적극적으로 망치는 사람들 조직에 가서 인류를 위해 싸운다는 거야?
 
세라 크루:사람은...항상 변해요. 영원은 없어요. 왜 같이 있으면 안되는 거예요...? 잘 모르겠어요. 히메 님은 그냥 무서워서 도망치려는 거 같아요... 히메 님 저는 제 의지로 고르는 거예요. 어디에 얽매여서 우스운 정의감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어서요. 제가 히메 님이랑 있고 싶어서, 제가 그냥 저 조직을 바꾸고 싶어서. 그래서... 그런 것도 안되나는 거예요? 이제 간신히 돌아왔는데... 히메 님이 달라졌다고 제가 바라는 걸 다 포기하게 되는 건...너무 슬프잖아요. (언젠가 다시 만난다라, 당신은 아까부터 이별만을 상정했다. 하지만 제가 용납할 수 없었다.) 바보같이 이성을 잃었을 때...히메 님은 저를 버리네 뭐네 두고가네 해도...항상 데려가주셨어요. 자기가 상처입어도 도와주셨고요. 이래놓고서...저보고는 저를 위해서 히메 님을 버리라고요? 저는 못 해요. 할 수 없어요. 고작 크리쳐가 되어서 히메 님을 버려야만...그래야만 제가 잘 살 수 있다면은 그냥 저는 진즉에 죽었어야 해요. 그렇게 나약한 주제에 뭘 지키겠다는 거예요. 이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다는 거예요. 히메 님 도망친다 해도, 남아도 행복이 모호한다면, 저는 일단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거예요. 아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도망친다 한들 다른데서 문제가 터지면 결국 괴로워지는 건 저예요. 어떻게든 저는 신경을 쓰겠죠, 마음을 졸이고, 힘들어 하겠죠. 인류를 위해서 혹은 저를 위해서. 어찌보면 저는 이기적이에요. 제 마음 하나 편하자고 이러는 거니까요. 알량한 정의감이냐고 하면...그럴지도 모르죠. ...(제 팬던트를 꾹 쥑었다. 제 부모님의 유품. 이제서야 떠올린 팬던트의 진정한 출처. 이걸 전해준 이는...) 세상은요. 악한만큼 선한 이가 있어서 돌아가요. 전 그 선한 이들을 위해서 최강이란 칭호를 아끼지 않을 거예요. 히메 님은...아직도 이런 저와 함께하기 싫은가요? 저는 히메 님을 강제할 수 없어요. 정...저를 떠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하지만...떠난다면 항상 히메 님을 기다릴 거예요. 숨이 다할 때까지요.(조금, 바스라지게 웃었어. 당신의 선택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어서. 당신의 심정을 아는만큼, 그건 말 한 두마디 치유될 무언가가 아니었으니까. 우린 동화 속...을 동경하기만 하는,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니까.)
 
마이아:그래, 네 말대로 난 겁쟁이야. 나한테 내려진 벌도 제대로 받을 힘이 없어서, 이런 곳까지 도피한 겁쟁이. (다시 한 번 난간을 잡았다. 이번에는 난간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포기해 줄래? ...내가 더이상은 세라랑 있기 싫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해야 할까? 그래야만 하는 거야? 있잖아, 세라. 나는 우스운 정의감같은 것 조차 없어. 인류를 지킨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도 없고. 네가 내 파트너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도망쳤을 거야. 그런 내가, 지금 널 두고 가겠다고 하고 있는 거야. (제 머리에서 리본을 풀어냈다. 안 그래도 나부끼는 머리들이, 조금이라도 묶여있던 머리카락들이 풀어지자 더욱 나부낀다.) 널 챙기고 도와준 건, 다 내가 좋아서 한 것들이야. 그리고 너도 날 도와줬잖아. 그걸 지금 논할 필요가 있을까? 세라가 날 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는 그저 잠시 이별하는 거야. (무서울 정도로 상쾌한 얼굴.) 나는 나랑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만 행복하면 돼. 남은 신경 쓸 여유도 없으니까.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은 거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 어차피 다수의 행복을 얻으려면, 소수의 희생은 각오해야 해. 그게 나라고 생각해, 세라. 그렇게 날 기다리지 마. 내가 네 인생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은 아니잖아. (난간에 네가 준 리본을 매달았다.)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분명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착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최강의 인류가 되겠지. (...) 그러니, 내가 없는 곳을 두려워하지 마. 날 기억하지도 마. 잊어. 날 따라와 줄 게 아니라면 말이야.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니, 네 영향력이 닿을 일도 없겠지.
 
세라 크루:...히메 님의 말에는 모순이 있어요. 소수만 행복하면 된다면, 히메 님은 그냥...저를 두고 바로 가버리셨으면 돼요. 그런데도 저와 대화를 나누는 건...그 행복에 저도 껴있다고...감히 생각해도 될까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굳이...유예를 길게 늘린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도 될까요...?(당신이 풀은 리본을 바라봤어. 하지만 제 손에는 여전히 반지가 반짝였지. 새까만 밤이 뒤덮어도 그 찬란함은 묻히지 않을 반지가, 당신이 저와 닮았다고 한 반지가.) 히메 님이 인류를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래서 떠난다면...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다시 만나지 못 하는 건 싫어요. 얼마나 오래 걸려도 기다릴 거예요. 일평생을 다해 만나지 못 해도, 상관없어요. 제 인생에서...히메 님은, 마이아 님은...너무나도 큰 존재인 걸요. 제가 기억이 없어 연구소시설같은 탁한 기억만 있을 때 제가 잘해주신 분인 아주 드물디 드문 분인데, 어떻게 잊어요. 히메 님이 좋아서 했다고 했죠? 저도 제가 좋아서 기다린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좋아서...히메 님이 저와 함께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은 거고요... 솔직히 저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히메 님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해요. 그쪽이 더 편할 것 같고...히메 님이 저보다 더 똑똑하니 그게 맞는 결과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소수의 희생. 안다, 저도 안다. 항상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했다. 그게 당신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게 싫으니까, 계속 계속 있는 힘껏 버둥거릴 것이다. 옷이 찢겨지고 아름다운 동화와 멀어지고, 온 몸에 상처를 입어도. 그래도.) (당신의 단호한 말에 조금 설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딱히 저는 사람이 되지 않았어도 되는데. 쭉 제가 바보같은 괴물을 하고, 당신은 그런 괴물을 관리하고. 그래도 상관 없었는데. 왜 항상 신은 제 편이 아닐까, 운명도 상황도 전부 제 편이 아닐까. 제 손을 잡는 건 저밖에 없는 걸까.) 히메 님이 가지 못 하게 꽉 잡지 않은 것만으로도 저는 엄청...힘내고 있는 거니까요. 거짓말이라도 좋아요. 다시...만나자고 해줘요. 네...? 그것도 싫어요...? 히메 님에게는 다 기만이고...바보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요...저는요...히메 님이 엄청 좋아요...곧 헤어질지도 모르고, 날을 세우고 있어도 전혀 밉지가 않아요...(아마도 제가 미워한다고 하면, 그것은 당신이 아닌 저일지도 몰랐다. 왜 하필 이럴 때 저만 돌아와서, 왜 당신을 괴물로 만들어서... 부모님도 잃고, 당신도, 전부 잃게 되었구나. 그 누구도 주워섬기지 않을 선함을 못 버려서. 가시밭길을 홀로 걷는구나. 그래 이런 게 어떻게 소공녀 세라겠는가. 동화겠는가. 이름 한 줄도 못 남기고 역사 저편에 기록되지도 못 하고 묻혀 쓸려갈지도 모르는데. 제 사람 하나 못 지켜내는데. 온갖 불확실함과 고난이 계속 주위를 좀먹고 심장을 좀먹어도 제가 버티는 건, 그럼에도 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겠지.)(그럼에도 이 세상을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고, 모두를 사랑해서. 무엇 하나 놓을 수 없어서.) ...제 이름은 세라 크루. 최강의 인류. 안전 지대를 수호하는...최강의 인류예요. 저는 앞으로도 여기서 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저를 보살펴주고 떠난 몇 안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요.
 
마이아:모순이라니, ...얘기했잖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만 행복하면 된다고. (난간에 앉아서 너를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세라, 네가 내 몇 안 되는 소중한 사람들의 일부가 된 거야. ...그래서 난 널 포기할 수 없었어. 유예를 늘린 거야. 말했잖아. 네가 파트너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이런 직장은, 관뒀을 거라고. (리본을 풀어내도, 너를 제게서 떼어낼 수가 없다. 너와 내가 지낸 시간이, 네가 제게 준 많은 온기들이 당연하게 들러붙어 떨어지지가 않아서, ...그래서.) 아니면, 우리의 도피에 도망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붙여볼까. 잠시 쉬는 거야. 무단 휴가를 나오는 거지. 휴가를 가서 같이 바다도 보고, 꽃밭도 갔다가... 그러다가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때 쯤, 돌아가는 거야. 아니면 우리가 새로 회사를 만들어도 되잖아. 정의는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야. 뭐든 정의가 될 수 있어. (제 머리카락과 함께 난간에 꼭 묶어둔 리본도 나부꼈다. 날아갈까 싶어, 난간에 단단히 묶어두고도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새란. 이래 놓고도 이별을 논한단 말인가.) 네게 내가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지는 몰랐는데. (...)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구라도 네게 잘해줬을 거야. 나, 좋은 성격 아닌 거 누구보다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별로 잘해준 것도 없고 말이야. 매일 바보라고 놀리기나 하지, 자꾸 죽는다고 지체된다고 뭐라고 하지. 이런 최악의 파트너가 또 어디에 있겠어? (무겁게 한 말은 아닌 듯, 표정에는 일체 변화가 없었다. 난간에 앉아서 그 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는 그만큼 굳건했다. 평생 깎일 일이 없을 것 같은 바위마냥 그렇게. 너라는 파도로 깎인다고 해도, 전부 깎이려면 지대한 시간이 걸리겠지.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 (익숙한 한숨 소리. 네게 닿았을 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네가 적당히 바보여서, 날 미워했어야 했는데. 어째 널 때리고, 나쁜 말을 해도 그렇게...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널 제대로 직시했다. 흔들릴 일 없는 눈동자로,) 그래. 다시 만나자. (어떤 형태의 종언을 고했다.) 만날 수 있으면 말이야. (그래, 어떻게 네가 세계의 정의와 저를 저울질해서 저를 고르겠는가. 이게 맞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저도 너와 나를 저울질해서 나를 고른 꼴이니, 제 자신이 제일 추악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런 제가 한심하고 구역질이 나서.) ... ...
 
세라 크루:무단 휴가...그래요 우리 그렇게 이름을 붙여요... 이번에는 같이 휴가를 나오지 못 해서...히메 님만 휴가를 가게 됐지만...다시 만났을 때는...같이 휴가를 가요. 그때는 어떤 형태로든 저도 제 결심을 새로이 굳혔을 거예요. 지금은...굳혔다기보다는...확인해보고 싶은 거니까요. 히메 님에게 저는...그렇게 소중한 존재였군요. 기뻐요. 그게...기뻐서 그러니까 버틸 수 있는 거예요.(당신에게 있어 당신과 저중 무엇이 소중하겠는가. 당연히 당신이겠지. 당신은 당신을 위한 삶을 살 때 가장 빛나는 걸 당신은 알까. 억지로 굽히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걷는 게 우리에게는 어울렸다. 얼떨결에 맞이한 이별. 당신은 영원한 결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저는 생각했다. 당신이 놓지 못 하는 이 리본처럼, 제가 이 연을 잡고, 당신이 이걸 완전히 끊어내지만 않으면 다시 만날 것임을.) 아니면 다 마무리 짓고...제가 꼭 찾아갈게요. 다 마무리 짓기 전에 만나면 그건...운이 좋은 거고 아니면...제가 꼭 다...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을 다하고, 거기를 떠나 히메 님을 찾아 세상을 돌아다닐게요. (당신의 입에서 종언이 떨어진다. 희망으로 위장한 종언이. 이 험악한 세상에서 그 말이 얼마나 의미없는지를 안다. 그 말을 남기고 떠난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저는 다 외우고 있었다. 얼마나 제게 소중한 이였는지도 전부 다, 이 뇌 속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바보라서 잊지 못 했다. 바보라서 전부 기억하고 기억했다. 그 이름에는 당신도 있겠지.) 말은 그렇게하시면서도...제가 안 미워하니까 좋은 거 아니에요...?(울 것 같아서 더 웃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펑펑 울 것 같은데. 그게 싫어서 더 웃었다. 여기서 운다면 진짜로 끝이 될 것만 같으니까...) 네, 히메 님. 꼭...다시 만나요...다시 만나요...(무의미하게도 두 번 말을 반복했다. 어쩔 수 없는 커튼콜이었다. 우리 두사람이 만들어낸 무대에서 우리는 내려오고 새 무대로 올라야한다. 그곳은 얼마나 험난하고 아플까. 당신 없이 나아가야할 길에는 얼마나 많은 선택지와 외로움이 따를까. 그런 막연함이 끝없이 제 속에서 소용돌이침에도, 세라는 세계와 자기 자신 혹은 당신 중에서 세계를 고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당신과 저의 본질적인 차이이고, 갈림길에 서게 된 이유였다.) 안녕, 히메 님. 안녕이에요.
 
...
 
세라의 발치로 목줄을 해제하는 리모컨이, 이제는 기능을 상실한 리모컨이 떨어집니다.
 
작별 인사는 짧고 덤덤합니다.
 
마이아:안녕, 세라. 잘 있어.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마이아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려 빌딩 아래로 추락합니다.
 
세라는 그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회색 하늘이 걷히며 아침이 찾아오고,
 
헬기 소리가 귀를 울리지만... ...
 
당신의 아침은, 여전히.
 
ED 3. 클리셰 SF 세계관의 인간은 그 무엇도 증명할 수 없어!?
 
세라 ???, 마이아 생환. 마이아는 안전지대를 벗어납니다. 세라는......
 
GM. 모루   KPC 오야유비히메
 
PL. 큐니   PC 세라
 
2022. 10. 09. 02:42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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