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세라] 난외의 여백 - I love you to the moon and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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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모루   KPC 오야유비히메
PL. 큐니   PC 세라 크루

 

이하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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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Cthulhu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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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아니, 억겁의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당신만을 기다리고 또 사랑할게.
 
Written by미증유
 
GM. 큐니
 
KP/KPC세라 크루
 
PL. 모루
 
PC오야유비히메
 
Date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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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57초 뒤, 목적지 '지구'에 착륙합니다. 기체 이상 없음. 착륙지 확보 완료.
 
익숙한 기계음이 선체에 퍼집니다.
 
이제 3분 57초 뒤면 이 목소리와도 이별이겠군요.
 
삼 년 동안 함께한 만큼 다소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그도 그럴게, 지난 삼 년 간 이 선체에는 마이아 당신뿐이었고,
 
사람-혹은 그 비슷한-목소리라고는
 
탐사 시작 첫 일 년 동안 지구로부터 오던
 
음선 편지들과 통신 연락들을 제외하고
 
바로 이 노바 09호의 안내 음성뿐이었으니까요.
 
마이아,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근 3년의 여행을 끝나고 돌아왔으니, 기쁜가요?
 
시원섭섭한가요.
 
개운한가요?
 
히메:이왕이면 아예 평생 있고 싶었는데 말이야. 다시 무언가에 내려다봐져야 한다니. (지구나 멀뚱 쳐다봤고...) 어휴. (그래도 가야지...)
 
복잡한듯, 단순한듯, 모호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좋은 기억이 없지는 않지만, 안 좋은 기억도 많은 곳으로 돌아가려니
 
어쩐지 우주가 그리워질 것도 같습니다.
 
자, 이제 착륙 준비음이 들립니다.
 
10, 9, 8, 7,......
 
1990년에 지구를 떠난 지 자그마치 삼 년 만입니다.
 
드디어 그 장대한 임무가 끝나는 것입니다.
 
그래요, 돌아가는 거예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에게
 
무중력 속에 유일한 중력에 이끌린 달처럼,
 
당신의 유일한 중력에게 되돌아가는 거예요.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는 못 해도 찬란한 당신의 연인에게로...
 
6, 5, 4,......
 
아, 드디어 지구가 보입니다.
 
곧 다가올 2000년 새 시대를 위해
 
마이아, 당신은 광할한 우주를 다니며 인류를 위한
 
새로운 행성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깨달은 건 이보다
 
뛰어나고 완전한 행성은 없다는 사실이었죠.
 
이제 그땅에 다시 안길 시간입니다.
 
3, 2, 1...... Zero.
 
-!
 
억겁과도 같은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온몸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선체가 땅에 착륙합니다.
 
엄청난 진동이 당신의 몸을 울립니다.
 
하지만 몸이 떨리는건 비단 선체의 진동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미묘한 설렘, 흥분, 다시 만난다는 희망, 그리고 다시 만나야할 당신을 이루고 당신을 괴롭게한 근원들...
 
그런 것들을 목전에 두었을 때의 없는듯 희미하게 들끓는 긴장감.
 
출입구를 개방합니다.
 
열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우주선의 출입문이 열립니다.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마이아 님.
 
당신은 걸음을 내딛습니다.
 
한 발, 한 발.
 
조종실을 벗어나 통로를 지나
 
저 끝에 환한 빛을 담고 있는 출입구까지.
 
안녕, 노바 09.
 
안녕, 우주.
 
그리고, 다시금 안녕, 나의 지구.
 
따사로운 햇빛에 손차양을 드리운 당신은
 
선체에서부터 한 발 한 발 계단을 내려갑니다.
 
아! 눈앞에 보이는 하얀 가운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
 
당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이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군요.
 
다만 모두가 열렬하게 당신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세상에, 그렇습니다.
 
돌아왔어요, 마이아.
 
이곳은 달과, 별과, 해가 뜨는 곳.
 
애증이 뒤섞인 당신의 빛나는 지구.
 
오랜만에 듣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가 먹먹해집니다.
 
우주 한가운데에서 흡입형 레토르트 식품을 먹을 때보다
 
어째 현실감이 더 없는 기분입니다.
 
이제 계단에서 지구의 땅을 밟기까지
 
단 한걸음.
 
숨을 가다듬고 우주복 헬멧을 벗어
 
옆구리에 낀 채 발을 내리려는 그 순간,
 
???: 마이아 씨! 약 삼십년 만에 지구에 복귀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하얀 가운들 사이에서 카메라를 든 어떤 남자가
 
불쑥 튀어나와 소리를 지릅니다.
 
순식간에 이목이 쏠리고 다른 사람들은
 
매우 당황한 티를 내면서 경비를 부릅니다.
 
금세 남자는 경비원들에게 제압되어 끌려나갑니다.
 
아무래도 몰래 잠입한 기자인 것 같아요.
 
예전에 당신의 동료 하나가 착륙하자마자
 
몰려드는 기자 때문에 그만 실신을 한 뒤로부터는
 
모든 착륙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잠시만요...
 
약 삼십 년...?
 
방금 저 남자가 뭐라고 했나요.
 
삼십 년이라고 했나요?
 
그럴리가요.
 
당신은 삼 년 동안 우주를 돌아다녔고,
 
지금은 1993년이어야 합니다.
 
노바 09호의 달력에는 분명하게 1993년 X월X일이라고 써 있었는 걸요.
 
당신이 삼 년 동안 쓴 일기가 이를 방증합니다.
 
그런게 가장 먼저 나와 당신을 반겨야 할
 
당신의 동료들은 다 어디로 갔죠?
 
이상합니다.
 
얼굴들이 다 낯설어요.
 
당신이 아무리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한들
 
한참이나 본 동료들의 얼굴마저 다 잊어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기이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발이 간신히 지표면에 닿은 뒤에야
 
당신은 낯설디 낯선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담습니다.
 
끌려나가는 기자가 들고 있는, 처음 보는 모델의 카메라.
 
당신이 보지 못 했던 이상한 머리모양들.
 
사람들 너머로 보이는 새로운 건물들.
 
어딘가로 급히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귀에 대고 있는 안테나도 없는 네모난 기기들.
 
세라:안...안녕하세요...! 히...아 아니 마이아 선배님...! 2022년에 오신 걸 환영해요...!
 
풍경을 채 다 훑기도 전에 가장 앞쪽에 있던 사람이
 
화환을 당신의 목에 걸어 줍니다.
 
당신의 연인과 닮았지만, 처음보는 사람입니다.
 
신입일까요?
 
이상합니다.
 
이 사람 왜 울고 있는 거죠?
 
 ꕥ 심리학 판정 ꕥ 
 
히메: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희극에 가까운듯, 아주 기쁨에 젖어 우는 거 같지만...
 
그 감정의 이름은 감동도 기쁨도 아닙니다.
 
어딘지 고귀한 비극을 바라보는 듯한 복잡한 동정이 섞인...
 
아니 이걸 정녕 동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기이하디 기이한...
 
아뇨, 사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에요.
 
이 사람이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떠나서
 
2022년에 온 걸 환영한다니요.
 
복귀 기념 깜짝 파티인가요?
 
아하, 모두 짜고쳐서 당신을 놀래켜 줄 속셈이군요?
 
참, 다들 이런 때 보면 짖궂다니까요.
 
그래서 당신의 연인은 어딨죠?
 
"몇 년, 아니, 억겁의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당신만을 기다리고 또 사랑할게."
 
깜짝파티든 뭐든
 
당신의 복귀를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안길,
 
당신의 연인.
 
영원히 변치 않을 약속을 맹세했었던 당신의 사랑스러운 연인.
 
우주 한가운데에서 이따끔 외로움이 번지면
 
당신을 상냥히 외로해줬던 기억의 출발점인, 당신의 유일한 애정의 대상.
 
하지만 아무리 얼굴들을 살펴보아도 없습니다.
 
갈 곳 잃은 당신의 시선들 사이로
 
모든 얼굴들이 휙휙 스쳐가고
 
예전의 그 동료처럼 꼭 정신을 잃을 것 같은 현기증이 돌던 그 순간,
 
시야에 연한 하늘색의 눈을 한 이가 들어옵니다.
 
동시에 당신의 발이 땋에 완전 들러붙습니다.
 
온전한 중력입니다.
 
아, 그래요.
 
그제서야 당신은 막연하게, 아니 명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달리 지구에서는 약 삼십 년이 흘렀다는 것과.
 
세라:저...저 마이아 선배님...? 저는 마이아 선배님이 지구 생활에 다시금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게 될 세라 크루라고 해요...!
 
그 여백 동안 당신의 연인은,
 
세라:어머니께 마이아 선배님 이야기 엄청 많이 들었어요...! 두 분이 한 때 연인이셨다는 이야기 까지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ꕥ SANC (2/1d3+1)  ꕥ 
 
히메: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2
 
마이아 이성 2감소
 
그 뒤로 기억나는 것은 우주의 심연만큼 까만 암전입니다.
 
...
 
깜빡, 깜빡.
 
눈꺼풀을 연신 감았다가 뜨면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긴 어디죠?
 
삐-, 삐-, 귀에 규칙적으로
 
바이탈 사인이 들립니다.
 
삼 년만의 탐사 종료.
 
그러나 삼십년보다 더 시간이 흘러 버린 지구.
 
마지막 기억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벌떡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려던 찰나,
 
세라:세상에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쓰...쓰러지셔서 깜짝 놀랐어요...! 혹시 제 이름...기억하세요...?
 
연한 하늘빛 눈동자, 다소 앳되고 둥글한 느낌의 얼굴.
 
올망올망한 눈이 인상적인 아까보았던 그 사람입니다.
 
이름이 세라 크루라고 했던가요?
 
이 사람의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옵니다.
 
2022년의 지구.
 
숫자만으로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병실인 것 같은 이곳에 있는
 
의료 기기들은 당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삐-, 삐- 여전히 규칙적인 바이탈 사인이 들려 옵니다.
 
세라:저 혹시...궁금한 게 있으시면 제게 물어보셔도 괜찮아요...! 아는대로 다 답해드릴게요...!
 
히메:...세라 크루였나. (네게 내려다봐지지 않게 침대에 앉은 자세가 되도록 몸을 일으켰다.) ...별로 너한테 물어보고 싶진 않은데.
 
세라:그...그러신가요...?(냉담한 대답에 놀란듯 눈을 한참 굴리다가) 그...그래도요 지금은 저밖에 없고...혼란스러우실 것도 같은데...정말로 아는 건 다 대답해드릴게요...!
 
히메:... (작게 한숨이나 쉬었다가 이내 바닥으로 시선을 빗겨내렸고,) ...그럼 네 부모님 얘기라도 해 보던가.
 
세라:(네 한숨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듯 안절부절했어.) 부...부모님이요...? 일단 아버지는 엄청 다정하셨고...어머니도 엄청엄청 다정하셨어요...! 저랑 눈색이랑 머리색도 똑 닮았고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저를 처음 낳으셨을 때 엄청 신기하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이렇게 색이 판박이로 나오냐고 하셨거든요 헤헤...(뭐라도 물어봤다는 것에 안도감을 지녔는지 줄줄 쓸데없는 것까지 말했어.) 그리고 그리고...저 처음 걸었을 때는 무려 어머니께서...(말하다가 지나치게 쓸데없다는 걸 깨달았다는지 화들짝 놀라 입을 멈췄어.) 죄 죄송해요...! 이야기하다 보니 신나서... 일단 어머니는...히메 님을 엄청 생각하셨어요. 아주 많이요...
 
히메:(네 이야기를 듣다가 실소를 흘렸다.) ...그래, 그랬구나. 정략결혼이라도 했대? 좋아서 결혼해 놓고 어떻게 내 생각을 했담. (침대 시트를 꾹 움켜쥐었다.) ...그래놓고 널 내 앞에 대령해 놓는 대담함까지... 하, 정말... (...) 너 내 지구 생활을 돕는 역할이랬나? 그러면 내 앞에서 사라져야겠네. 그게 제일 도움될 것 같으니까. ...
 
세라:그 그게...정략결혼이라고 해야할지... 일단 두 분이 사랑해서 한 건 아니라고는...들었어요.(잠시 고민하기 위해 입을 다물다가) 저한테는 평범한 부모님이 되어주기 위해 엄청 노력은 하셨지만요...(그게 싫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려다가 참았고) 대령한 게 아니에요...! 찾아온 건 제 스스로의 의지였어요...! 오히려 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런걸 알면 말렸을 걸요...(눈 도르륵 굴리다가) 사...사라지길 바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저도 배정된 역할이 있어서 아예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요...
 
히메:...그럼, 뭔데? 뭐, 젊을 때 자기라도 보라고 널 낳은 거야? (노력이건 뭐건….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말렸을 걸 알면서 왜 찾아왔어? 걔가 내 생각 엄청나게 했다며. 내 성격 얘기는 안 하던? (잡았던 시트를 놓고 도로 천장을 쳐다보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세라:그 그건 아니에요... 어쩌다보니까... 저도 거기까지는 자세한 상황을 몰라요...(눈 도르륵...) 성격 이야기 안 하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로 들은 거랑...직접 대면하는 건 다르잖아요...!(정체모를 긍정...) 딱 크리스마스 때까지요. 그 즈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그러면 저는 싹 사라져드릴게요...!
 
히메:드러누워서 떼를 써서라도 알아냈어야지. (...)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거람. ...네 엄마 유전자에서? (마른 웃음을 뱉고는,) 하, 크리스마스. (그래, 그런 것도 있었지.) ...지금이 며칠인데?
 
세라:그 그게...죄송해요...(기가 죽었는지 추욱 쳐지더니) 어...어머니랑 그런 거 닮은 거 어떻게 아셨어요...? 맨날 어머니한테서 대체 그런 점만 왜 닮은 거냐는 말 들었는데요...(눈 크게 깜빡이며 말하다가)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되기 5일채 남지 않았어요...!
 
히메:바보가 낳은 바보라니. (이내 눈을 감았고,) ...5일이나 너랑 있어야 해?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하, ... 어떻게든 거절할 방법은 없는 거지? (다시 눈을 뜨고는 네 쪽으로 눈을 흘기더니) 우주에 30년이나 나갔다 왔더니, 폭탄을 던져놓고서는 취소도 안 된다니. 영웅이니 뭐니 하면서... 어휴, 이런 거 왜 했나 싶어. ...
 
세라:바...바보 아니에요...!(열심히 항변했어.) 그 힘드시...겠지만 참아주세요...! 그만큼 분명 좋은 선물이 있을 거예요...! 제 목숨을 걸고 보장할 수 있어요...!(살풋 망설이다가 가슴을 피고 당당하게 말했어.) 으으... 하지만 저희도 ㅎ...마이아 선배님이 3년이 아니라 몇십년을 거기서 보내고 올 줄 몰랐는 걸요...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신 거죠...? 아차 저는 이 센터의 연구원이에요...! 나름 마이아 선배님의 후배인 거죠...!(홀로 쫑알쫑알 이야기하곤)
 
히메:바보가 바보가 아니라고 해 봤자, 바보야. 그 바보한테서 바보 유전자를 받아놓고 부정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 선물? ...대체 무슨?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람. 네 목숨 같은 건 관심도 없는데. (이제 뭘 위해서 살아야 할까, 머릿속에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만이 맴돌았고,) 그래, 아마도.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내 이름을 부르다가 마는데, 그것도 네 엄마가 가르쳐 준 거니? 쓸데 없는 짓을... ...하, (...) 너같은 후배는 갖고 싶다고 한 적 없는데. 선배, 선배 하지 말고 그냥 불러.
 
세라:으으 정말로 바보 아니란 말이에요...! 저희 어머니도 그렇고...(물론 주위에서 그소리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그으 정말로 유의미한 선물이 될 거예요...! 진짜로요...! 정말로 그러니까요...(대충 둘러 설명하고는) 어...어떻게 알아보셨어요...?(너무 놀랐는지 굳어버렸다가) 네에...사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그렇게 부르셨으니까요... 저도 그걸 너무 듣다보니 입에 달라붙어서...(저같은 후배는 필요없다는 말에도 굴하지 않고) 그냥 불러도 되나요...? 감사해요 히메 님...!(정말로 그 사실만으로도 신났는지 환히 웃었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꼭 어릴 적 보던 SF영화나 만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시간은 삼 년이 흘렀는데, 당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시간은 32년이 흘렀다는 것이.
 
꼭 스물아홉만큼의 여백과 같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응당 단번에 감당하지 힘들 겁니다.
 
눈앞의 사람은 그런 당신을 보면서 잠시 머뭇거립니다.
 
 ꕥ 심리학 판정 ꕥ 
 
히메: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런 이야기를 전달해야한다는 것에 다소 유감스러운 표정입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동정의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세라:...그러고보니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저희 어머니...어디 계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히메:...궁금해야 하나? (...) 어디에 있는데?
 
세라:으으 사실...배신당한 느낌이 나시니 별로 안 궁금해할 수는 있지만...이건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눈 도르륵 굴리다가) 저기, 저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손가락으로 창문 밖 하늘을 가리키곤) ...영원히 다시는 못 돌아올 곳으로 가셨어요.
 
히메:(몸을 앞으로 젖혀 놀란 눈으로 너를 쳐다보더니)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해 주고... 편지라도 남겨줬으면 좋았을 걸. ... (가만 중얼였다.) 최악이야, 진짜. ...걔도, 너도. 모든게 다. ...다시 우주로 가는 게 낫겠어. ...
 
세라:그 그게...죄송해요...! 정말로 편지를 남길만한 상황은 아니었어요...히메 님을 무시하거나 그런게 절대 아니에요...!(머뭇거리며 말했어.) 으으...어쩌면 좋지... 그 히...히메 님...! 몸이 괜찮아지시면 바깥 좀 둘러보시는 건 어때요...? 얼마나 변했는지 두 눈으로 담은 뒤에 다시 우주로 나가셔도 괜찮잖아요 네...?(간절함을 담아 올려다보는 눈은 마치 당신이 아는 이와 겹쳐보였고...)
 
히메:뭔데? 지구에 종말이라도 왔었어? (...) ...어차피 가고 싶다고 해도 안 보내줄 텐데, 뭐. ...그래, 둘러보자.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세라:당장은 보내드리기 힘든 거지 아예 못 가는 건 아니니 걱정은 마세요...!(어떻게든 네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이 안절부절했어.) 헤헤...제가 그러면 열심히 안내코스 짜볼게요...!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어차피, 그거 말고는 할 게 없기도 하니까요.
 
대체 무엇이 어떻게 됐길래 지구에서는 32년이 흘러 버린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왜 당신의 연인은 억겁이라도 기다리겠다는 맹세를 저버리고 떠나버린 건지도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허무해집니다.
 
당신의 상태가 괜찮은지 꼼꼼히 살펴보던 세라는 몸을 일으켜 먼저 병실의 문을 엽니다.
 
세라:히메 님 빨리가요...! 일단은 센터부터 둘러보는 거예요...!
 
히메:(...) 그래... (천천히 뒤따라간다.)
 
세라를 따라 병실을 나서 긴 통로를 거치면
 
천장이 꼭 하늘처럼 높게 자리잡은 거대한 중앙 관제 센터가 보입니다.
 
아마도 말이죠.
 
왜냐하면 모든 풍경이 당신이 기억하는 것과는 너무 달라져 버렸거든요.
 
컴퓨터를 비롯한 많은 기계와 장치들은
 
겨우 추측할 수 있는 정도이고,
 
아예 처음 보는 듯한 기계들도 널려 있습니다.
 
꼭 하나의 영화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기분입니다.
 
당신의 발은 지구에 있는데, 우주에 있었을 때보다
 
더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 있는 건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세라:히메 님 여기예요...!
 
그만 아찔해져 다시 현기증이 돌려는 찰나,
 
팔목에 온기가 느껴집니다.
 
세라:앗...갑자기 잡아서 죄송해요...! 신나서 그만...
 
당신을 안내하던 세라군요.
 
당신의 팔목을 잠시 쥐었던 세라가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서는
 
시선을 돌려 가볍게 눈짓을 합니다.
 
그 시선을 따라 가면 보이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프로젝트 타임라인과
 
그에 대한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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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버거울지도 모를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타임라인에 적혀있습니다.
 
센터 측에서 일주일 간 보호 조치를 하는 이유는 총 세 가지입니다.
 
당신의 안정을 위해서, 재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후속 프로젝트에 당신을 다시 파일럿으로 태우기 위해서...
 
당신이 타임라인을 읽고 있으면 옆에서 그와는 조금 다른 별개의 이야기를 세라가 들려줍니다.
 
세라:대충 이해가 가시나요...? 그래서 히메 님이 눈을 뜨셨을 때 센터 회복실겸 병실에서 눈을 뜨시고...제가 옆에 붙어있는 거예요...!
 
히메:...이 모든 일들은 둘째치고, 왜 굳이 너였어야만 했는지는 이해가 안 되는데. (...)
 
세라:그건 저도... 아 물론 파일럿으로 태우는 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위에서 잠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니까요.(잠시 목소리를 낮추더니) 무슨 회의 하는지 궁금해서 몰래 엿들었거든요...! 히메 님이 싫으시다면 다른 파일럿 후보들 중에서 한 명이 택해질 거예요...! 만약에라도 다시 우주에 가고 싶으시다면... 후속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 되는 거고요...!
 
아,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윤곽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것 같습니다.
 
1991년 12월 25일에 사라진 당신은 지구에서 사실상 죽은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것도 모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 년동안, 아니, 십오 년도 더 넘는 시간동안 지구는 당신을 기다리며
 
당신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이러한 전시공간이 센터에서 세운
 
'전시관'에 따로 마련이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원한다면 그곳에 가 볼 수도 있고요.
 
히메:그러니까, 30년동안 영문도 모르고 실종된 나를 지구에서는 날 아이콘으로 만들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전시관을 만든 것도 모자라서 또 나를 우주로 보내고 싶어 한다는 거지? (허.) 아, 질렸어. 이 섹터 출구가 어디지? 30년의 공백이고 뭐고, 그냥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게 더 낫겠다.
 
세라:사...사실 그렇게 전시관을 멋대로 만든 건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해요...하지만 다들 실종이 아니라 죽었다로 생각하고 위인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좌표도 추적할 수 없고 연락도 안 닿고...(횡설수설 한참 이야기하더니 얼굴 푹 숙이고는) 그 우주로 가기 싫으시면 안 가도 괜찮아요...! 제가 그때 캐물었을 때 다들 히메 님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 싫다하면 바로 무를 거라고 단순한 제안이라고 하셨는 걸요...! 히메 님...그나저나 여행하다가 짚이는 거 없으세요...? 이상하잖아요 그냥 히메 님은 3년간 우주를 다녀왔을 뿐인데... 갑자기 32년이나 흐르다니...
 
...어디서부터 시간이 뒤틀렸더라?
 
그러고보니 1991년 12월 25일에 분명...
 
 ꕥ 지능 판정 ꕥ 
 
히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후보 행성들 중 가장 마지막 행성에 들렀던 것 같습니다.
 
그 행성이 원인이 된 걸 까요.
 
세라:저어...당연히 싫으시겠지만...전시관에 히메 님을 위한 영상편지도 있어요... 히메 님의 동료분들이 만든 편지예요...!그거라도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조심스러운 투로 당신에게 세라가 묻습니다.
 
당신이 받은 충격등을 걱정하는 것 같아요.
 
당신의 안색을 살피고 걱정하고, 그 얼굴에는 한점의 악의도, 다른 의도도 없습니다.
 
히메:위인? (하...) 그래, 높은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지. 어떻게 알아? 인류에게 있어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내가, 다수결 투표 같은 거라도 해서 강제로 우주에 가게 될지. (눈을 굴리다가는) 그래, 분명... 메세지가 오지 않게 되기 전에 마지막 행성에 들렀던 것 같기도 하네. (...) 편지? ...하. 그래, 보러 가자. 뭐라도 빨리 어서 하고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날 풀어주겠지.
 
어찌보면 세라는 당신의 곁에 붙이기에는 적임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센터측이 당신과 세라 사이의 일을 알리가 없으니까요.
 
순수하게 걱정하고, 위하는 건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뿐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냐고요?
 
당신도 이미 알잖아요, 그를 제외한 이들은 전부 다, 당신을.
 
 ꕥ 듣기 판정 ꕥ 
 
히메: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사람 맞지? 그 여백." "너무 신기하다. 진짜 사진이랑 똑같이 이쁘다. 하나도 안 늙었어."
 
"부럽다."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보는 것처럼
 
수군거리고 있으니까요.
 
그런 시선들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짜증이 치밀려는 순간 급히 세라가 입을 엽니다.
 
세라:전시관은 지금 일주일 동안 출입 제한을 걸어뒀어요...! 그러니 지금 가면 저랑 히메 님 빼고는 아무도 안 계실 거예요...! 차라리 거기로 빨리 갈까요...?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빨리 보내주겠죠. 강압적으로 우주에 보낸다고는 안 했잖아요?
 
히메:(반사적으로 시선을 땅으로 내렸다. 이내 네 손목을 붙잡고는) ...그래, 가자. ...빨리. ...
 
세라:(손목이 잡혀 놀라다가도 어서 발걸음을 놀렸어.) 네, 네...! 빨리 안내해드릴게요...!
 
대체 무엇을 전시해뒀을까요.
 
자조섞인 웃음만이 입밖으로 나옵니다.
 
고아의 눈물겨운 우주탐사기?
 
좋네요 위인전에 적기도 좋고요.
 
참으로 좋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만 아니라면 말이죠.
 
아득했던 우주보다, 이 지구가 더 아득하게 느껴질줄은 몰랐습니다.
 
세라는 당신을 중앙 관제 센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으로 데려갑니다.
 
내리자마자 세 갈래의 복도가 보이네요.
 
가운데로 이어지는 곳에는 <연구실 001~010>
 
이라는 팻말이 붙어있고,
 
그 오른쪽 복도 입구에는 <난외의 여백 전시관>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만, 왼쪽 복도는 팻말이 붙어 있지 않고
 
반대편 끝에 있는 하나의 출입문에 무어라 쓰여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겠나요?
 
히메:(보이나...)
 
 ꕥ 관찰력 판정 ꕥ 
 
히메: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보니 출입문에는
 
<■■■ 프로젝트>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까 말한 후속 프로젝트인가 보네요.
 
초신성 프로젝트의 후속이라니 뭘까요
 
백색왜성? 블랙홀? 뭐가 됐든 당신이 신경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세라:히메 님 뭘 보시는... 아 그거요? 초신성 프로젝트의 후속 프로젝트예요! 저는 거기에 배정된 연구원이구요...! 이름은 아직 극비라 못 들었지만...조만간 알게 되겠죠 뭐...!
 
히메:... (알 바는 없지만 불길했다.) ...그래. 일단... 하, 전시관이 어디랬지?
 
세라:여기예요...! 조금만 더 걸으면 돼요...!
 
세라를 따라서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관제 센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전부 당신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카펫부터 유리구슬처럼 하늘색입니다. 얼마나 돈을 들인 건지...
 
당신의 생애 연혁이 가득 적힌 벽면부터, 당신의 옷을 포함한 '여러 물건들', 그리고 당신의 동료들이 당신을 회고하는 '인터뷰 영상'까지 있습니다.
 
세라:뭐 부터 보시겠어요?
 
히메:...내 물건들은 왜 전시해 놓은 거야? 아니, ...어디서 찾았대? (...) (물건들을 살펴보러 걸어간다.)
 
세라:저도 그건 잘 모르겠어요...아마 그냥 모형물 아닐까요...?(잘 모르겠다는듯 갸웃거리다가)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은
 
익숙하다 못 해 진절머리가 났던 것들입니다.
 
노바 09호 발사 전에 지구에서
 
당신이 입었던 옷, 책상, 필기구, 비행훈련 일지 등등...
 
당신과 연관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은 단언컨데
 
'보름달 모양을 한 목걸이'입니다.
 
당신이 자신을 기다렸을 연인을 위해 사 두었던 물건입니다.
 
달과 같은 자신을 붙들어둔 유일한 중력에게
 
마음을 담아 샀던 물건이죠.
 
그리고 이제는 주인을 잃은 물건입니다.
 
세라:어때요? 그리움이 느껴지시나요...?(살며시 네 표정을 살폈어.) 사실 불쾌할 수도 있을 거 같지만요...
 
히메:(유리관 위에 손을 대었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유리관 부숴도 되나? 처리할 물건이 보이네. ...
 
세라:네네...??? 부수면 안 돼요...! 신경 쓰이는 물건이라도 있으신가요...?
 
히메:...마음대로 전시당했는데 부수면 안 된대. ... ...(꿍얼...) ...못 부수면 그냥 가자. 동영상이 있댔지? (말을 돌렸다.)
 
세라:제...제가 한 번 상부에 말씀은 드려볼게요...! 이제 히메 님은 살아있는 분이니 히메 님의 의견이 최우선 되어야 하니까요...!(잠시 유리관에서 어떤 물건에 시선을 뒀다가) 저기 바로 옆에 빔프로젝터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 있어요...!
 
세라의 안내대로 시선을 돌리면
 
동료들이 차례대로 당신을 회고하는 영상이 벽면에 틀어져 있습니다.
 
다들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면서 유감을 표하고 있으며, 몇몇은 사과를 하고, 몇몇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 합니다.
 
당신의 생을 이야기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당신의 삶은 거의 홀로 이룩해낸 것이었으니까요.
 
아, 위인.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죽어서 돌이켜야만 값이 높아지는 그 이름.
 
정작 진짜로 까뒤집어보면 이 생은 덧없고도 덧없는데.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그들의 내용이 아닌,
 
그들의 외모입니다.
 
당신과 비슷한 나이대였던 이들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들어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나오는 새까만 화면에
 
여전히 앳된 당신의 얼굴이 비칩니다.
 
홀로 여백을 지닌 자의 얼굴은 참으로, 참으로...
 
...그제서야 당신은 실감합니다.
 
당신은 이 지구에서 부르는 '여백' 그 자체가 되었음을.
 
 ꕥ SANC (1/1D3)  ꕥ 
 
히메: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이아 이성 1감소
 
전시관을 다 보고 나면 세라는 시계를 보더니
 
이제는 숙소로 가야 할 시간이라고 합니다.
 
세라를 따라 센터내에 마련되어 있는 숙소로 갈까요.
 
세라:히메 님 이제 들어가셔서 쉬셔야죠...! 너무 오래 돌아다니시면 피곤할 거예요...!
 
히메:(멍하게 검은 화면을 지켜보다가 네 목소리가 들림에 따라 정신이 들어 네 쪽을 쳐다보았다.) ...알겠어.
 
당신이 세라를 따라 숙소로 가면
 
침대와 책상, 소파, TV등이 마련되어 있는
 
아늑한 공간에 도착합니다.
 
세라는 곧 저녁 식사가 도착할 테니 먹고
 
단독으로 숙소 밖을 나가는 행위 빼고는
 
자유롭게 쉬다가 취침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무전기 하나를 건네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를 통해 연락하면 된다고 하고는 떠납니다.
 
───────  ───────
 
방 안에 있는 TV는 물론이고, 가구들까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이곳에 당신이 아는 것은 본래의 이데아를 품고 형태를 유지한
 
책상과 의자같은 가구 뿐입니다.
 
고작 일상적인 공간에
 
가장 편안해야할 공간에 발을 들였을 뿐인데.
 
여백이 왜 더 크게 느껴질까요.
 
시간차이라고 쓰고 여백이라 읽히는 것이
 
피부로, 폐부로 와닿습니다.
 
방 벽지 색마저, 당신이 알던 숙소의 것과는 달라 이질감을 자아냅니다.
 
저녁이 오기 전까지 'TV', '책장'등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히메:(가만히 혼자 쉬는데도 답답함이 쉬이 물러나지를 않았다. 손톱으로 괜히 앉아있던 소파를 긁었다.) TV라도 볼까...
 
답답함에 티비라도 틀면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십여년 전에 있었던
 
비행기 사고에 대해 다루고 있군요.
 
생존자는 단 한명.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참으로 천운이네요. 일단 살아있잖아요.
 
사고의 원인은 비행기 엔진 결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메:(더 갑갑해짐..............) 책이나 읽을까...
 
어떻게든 이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TV에서는 시선을 돌리고, 책장에 다가섭니다.
 
천체 물리학에 대한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습니다.
 
책들 사이를 잘 보면...
 
 ꕥ 자료조사 판정 ꕥ 
 
히메: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아무리 예전에는 읽었다고 한들, 오랜만에 보자니
 
눈앞이 도는 기분입니다.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시간이니 뭐니 참으로 돌려서 복잡하게 설명한다는 게 웃기기만 합니다.
 
그 모든 물리학들의 예외가 바로 여기에서
 
당당히 살아숨쉬는데 말이에요.
 
당신이 한참 집중하고 있으면, 노트 소리와 함께 식사가 도착합니다.
 
반찬이 여러 가지 놓인 일식입니다.
 
음식 메뉴는 적당히 익숙합니다.
 
별세계 음식은 다행히도 없네요.
 
레토르트가 아닌 제대로된 식사는 3년만입니다.
 
감회가 새로울지도 모르겠어요.
 
히메:(밥그릇 들어서 몇 젓가락 먹고 내려둔다.) ...이런 맛이었나, 원래.
 
입맛이 변한 건지, 조리법이 변한 건지.
 
당신이 변한 건지 세계가 변한 건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다지 먹지 않고 내려놓으면 어쩐지 "밥이 입에 안 맞으세요...? 다른 거라도 들고올까요...?"하고 종알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살풋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아는 이의 목소리인지,
 
이제 막 본 이의 목소리인지는.
 
너무나도 비슷하고, 너무나도 기억이 옅어서
 
분간 할 수 없습니다.
 
어렴풋하게 식사가 끝나니, 진짜로 하루의 끝이 보입니다.
 
잠에 들기 전 당신 무슨 생각을 하나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어떤 형태가 되었든, 어떤 것을 느끼든.
 
당신은 이제 지구에 왔습니다.
 
달도, 별도, 해도 뜨는 곳.
 
당신이 바란 거은 기이하리만치 잘 앗아가도
 
만물은 찬란히 빛나는 곳...
 
중력에 이끌리듯 눈꺼풀을 감고 나면...
 
───────  ───────
 
깜빡, 깜빡.
 
낯선 천장이 보입니다.
 
익숙한 천장도, 신체상태를 보고해야 할 노바 09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여기는 2022년의 지구니까요.
 
당신이 도착해야했을 1993이 아닌, 2022년의 지구요.
 
아침이 배달되고 식사를 마치면
 
옆에 두고 잤던 무전기가 보입니다.
 
이제 오늘은 뭘 해야하는 거죠?
 
하루가 지났는데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땅에 발은 붙어 있고, 이 위에 하늘은 안정적으로 돌며, 구름도 흐르는데...
 
영영 우주 한가운데를 떠도는 미아가 된 것만 같습니다.
 
방황하던 차에,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열어줄까요.
 
히메:(천천히 일어나서 문이나 열어줍니다...)
 
문을 열어주면 세라가 환하게 웃으면서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세라:안녕하세요 히메 님...!
 
그러고서는 잽싸게 문을 닫고 들어와서는 자신의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하는 표시와 함께 쪽지를 내밉니다.
 
히메:...? (얼떨결에 쪽지 받아듬...)
 
img
 
세라:(이거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필사의 몸짓중...)
 
히메:(도청까지 하는구나... 참 가지가지 한다...) (자긴 오케이 사인 어캐 해야 할지 고민함...)
 
센터 밖? 최소 일주일 동안 센터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세라의 표정을 보면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신청서를 내고 땡땡이치러 가는
 
학생의 모습입니다.
 
...학생의 나이는 지난지 오래지 않았나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당신을 보고 있으면, 당신은 적당히 알겠다는 사인을 보냅니다.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찰떡같이 알아들은 세라는
 
폴짝폴짝 뛰며 신나하다가(물론 뛰는 소리는 내지 않았습니다.)
 
얼른 나가자는 식으로 옷을 살짝 잡아당깁니다.
 
이정도로 애쓰는데 한 번 쯤음 어울려줘도 되겠죠.
 
히메:(진짜 바보 같다...) (잡아당기는 대로 따라 나간다.)
 
세라를 따라서 센터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센터를 함께 구경하는 척하면서
 
쏙 주차장으로 빠져 세라의 차를 타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제대로 타기 위해!
 
 ꕥ 은밀행동 OR 민첩 판정 ꕥ 
 
히메: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꽈당)
 
어색한 몸짓과 넘어질듯 휘청이는 당신의 동작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비가 둘을 저지하려 했지만
 
세라가 필살 끼잉작전으로 어떻게든 넘어갔습니다!
 
히메:(세라가 귀여워서 다행이다)
 
세라:(제발한번만지나가게해주세요...!!!!)
 
어떻게든 간신히 당신이 조수석에 앉으면
 
그제서야 차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차장에 놓여 있는 차들이 전부 낯선 외관들이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역시나 버튼 하나만 꾹 눌러서 시동을 켜는 세라의 모습이 다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32년 동안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했군요.
 
오로지 당신만을 1990년대에 둔 채로.
 
세라:헤헤... 저 운전면허증있어요...! 물론 잘 하지는 못 해서 자율주행모드로 다니기는 하지만요... 우리 이거 데이트 가는 거 맞죠...? 너무 신나요 처음 가봐요...!
 
그전에 일단 데이트의 정의좀 다시 알려줘야할 것도 같네요.
 
히메:32년 후의 세상에는 일탈을 데이트라고 칭하는 건가... (눈 데굴...) 그런데... 데이트가 처음이라고? (멍.............................)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어?
 
세라:일...일탈이라뇨...! 이...이건 합법적인 데이트예요...!(아마도요...) 지금까지 뭐 하냐니요?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히메:...합법? 몰래 나왔는데? (댕...) ...너도 참 불쌍하게 살았다... ... ...
 
세라:조...조금 몰래 합법적으로...! 이 이게 불쌍한 건가요...? 책에서는 그런 말 안 적혀 있었는데 으으...(전형적인 연애 글로 배운 타입...)
 
히메:딱히 합법적인 것 같지도 않은데, ... 책에는 당연히 안 적혀 있지. 공부를 위한 책들이 이 나이대에는 나가 놀아야 합니다~ 하고 누가 알려주니?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나서 끝에는 입을 다물었다가,) 어휴. 나 아무나랑 데이트 안 해줘. 영광으로 생각해.
 
세라:그 그런건가요...? 나름 그래도 알 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요...(시무룩...)(그러다가도 데이트 해준다는 말에 신나서 절로 얼굴이 환해졌어.) 네! 영광으로 생각할게요...! 미니야...! 입력한 주소지로 운행해줘...!(미니 쓰댬댬...)
 
히메:(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새 보는 눈으로 쳐다봄...) 예예, 그러시겠죠. (미니?......) (.......얼탱)
 
당신이 상념에 잠길 새도 없이 세라는 당신에게 말을 걸고, 지루한 잡념에 빠지지 않게 도움을 줍니다.
 
어이가 없을만큼, 당신의 옛연인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닮은듯 닮지 않은듯,
 
그러나 큰 불쾌함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자율주행을 시키고 세라는 글러브박스를 열어 이것저것 뒤적이기 시작합니다.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죠...? 얼결에 엿보면...
 
 ꕥ 관찰 판정 ꕥ 
 
히메: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대체 왜 토끼인형이 있는 거죠? 주먹보다 살짝 작은 토끼인형, 토끼 열쇠고리...
 
잘보면 시나모롱도 있네요.
 
시나모롱이라 아래에 적혀있는데 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 새로나온 캐릭터인가요?
 
당신의 기억 속 캐릭터라고는... 미X마우스정도 입니다.
 
세라:어라 잃어버렸던 시나모롱 키링 여기에 있었네요...!
 
하는 걸 보자니 어떤 성격인지...한 번 더 알게 됩니다.
 
히메:(그게 뭐지...) (여전히 얼탱...)
 
세라:아...아니 이게 아니죠...!
2022년 지구에서 히메 님은 너무 유명인이에요...! 변장을 안 하면 곤란해질 거예요...!
 
변장이라니, 이전까지는 생각도 못 해본 일입니다.
 
연예인도 아닌데 이게 뭐하는 걸까요.
 
내가 이런걸 왜 해야하냐고 따져물으려고 하면
 
지나치게 세라의 눈이 초롱거립니다...
 
대체 뭘 보고 컸길래 이런걸 재밌어 하는 건가요?
 
1D5로 주사위를 굴려
 
모자, 눈물점, 선글라스, 마스크, 토끼 탈 중에서 하나를 고릅니다.
 
히메:3
 
당신은 그 많은 해괴한 것중 하트 선글라스를 고릅니다.
 
세라:...점찍는 거...
 
히메:...................(그건 뭔데...)
 
세라:아 모르시겠군요! 왜 너는 나를 만나서~ 나를 아프게 하니~ 하는 드라마있어요...!
엄청 히트했다는 거예요...! 신기하지 않아요? 눈물점에 그런 효과가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그렇게 인식저해기능이 있으면 그건...(쓸데없이 길어지는 과학적 지식...)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당신은 길어지는 세라의 말을 머리를 누르는 것으로 막고, 선글라스나 씁니다.
 
음, 사이드미러로 살펴보면 대충 잘 어울리네요!
 
히메:(어울린다고?)
 
원래 아름다우면 뭐든 어울려요
 
히메:(;)
 
나름 그럴듯하게(정말로 그럴듯한지는 넘어갑시다.) 변장을 마치고 나오면
 
세라가 웃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세라:32년 만에 데이트하실 준비 다 되셨나요...?
 
히메:...(선글라스 불편...) 그래, 다 됐어.
 
세라가 이끄는 대로 향하면, 자 이제 (아마도)데이트는 시작입니다!
 
───────  ───────
 
세라:으음...카페랑 영화관이랑....백화점이랑 멀티방있어요! 어디 먼저 가실래요? 아니면 따로 가고싶은 곳 있으시면 더 안내할게요...!
 
히메:(흐음~...) 영화관 갈까?
 
세라:좋아요...!(네 소맷자락 잡고 쫄래쫄래 걸어갔어.)
 
세라와 함께 들어선 곳은 CGX라고 적힌 곳입니다.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 있고 공중에 매달려있는 모니터들에는
 
'상영 시간표'가 적혀 있네요.
 
영화관마저 첨단기술로 도배되어 버리니 조금 낯설긴 하네요.
 
세라:히메 님 저도 영화관은 너무 오랜만에 와요...! 저기 포스터도 있고... 으음 아니면 시간표 먼저 봐야 할까요...?
 
히메:(복잡...) 일단 시간표부터 보고 이 시간에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나 봐야겠지... (근데 이건 요즘 사람인 네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냔 눈빛으로 봄...)
 
세라:(어라 그렇네요?)(이제 깨달음...) 그그러면 일단 시간표 부터 보면은요...!
 
영화별로 시간표가 어지럽게 지나가고 있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영화로는 <시간 역설>과
 
<평범한 남고생인 내가 이세계에서는 인류의 희망편이 되었는데 이상한 사람이 와서 집착합니다만?!>이 있습니다.
 
세라:시간 역설이나...평범한...(읽다 포기) 보면 되겠네요!
 
히메:..........(영화 제목 보고 생각을 포기함...) 요즘은 저런 게 유행이야?
 
세라:그...런가봐요...?
 
히메:oO(그냥 시간 역설이나 보자...) 얘는 아는 게 없네...
 
세라:(그래요 시간역설 봐요!) 너무해요...
 
<시간 역설>
 
현실 부적응자에 백수인 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한 타임머신으로
 
과거에 돌아가는 내용인데...
 
세상에! 오랜만에 지구에 돌아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요?
 
당신은 잠에 드는 바람에 뒷내용을 다 놓쳤습니다!
 
세라:히-메-님...- 영화 다 끝났는데요...?
 
히메:... (잘 잠...) ...어, 어... 그랬나?...
 
세라:네! 영화 다 끝났어요? 잘 주무셨나요...?(너무 잘자고 있어서 못 깨움)
 
히메:으응, ...(작게 하품...) 영화관은 잠 자기 좋은 곳으로 발전했구나. ...
 
세라:그냥 히메 님이 피곤했던 건 아닐까요...? 다봤으면 어서 다른데 가요...!
 
히메:그런가... ... (뭔가 가오 상함...) 다음은... 카페 가볼까.
 
세라:(가오상한 히메 님...) 네, 카페 가요...!
 
카페로 가기위해 영화관을 거슬러나가던 중
 
당신은 아까는 잘 못 본 영화 포스터를 봅니다.
 
곧 개봉 예정인 <난외의 여백>이라네요.
 
포스터에는 당신과 닮은(그러나 당신의 미모를 따라가진 못 한) 배우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습니다.
 
뭐 당연히 당사자가 없으니 대역을 붙였겠지만
 
자신의 미모는 자기가 제일 잘 알잖아요?
 
히메:(멋대로 영화로 만들어진 것 보다 배우 얼굴이 더 마음에 안 듦.............)
 
세라:히메 님? 포스터가 마음에 안 드세요? 하긴 저라도 마음에 안 들었을 거예요! 하나도 안 닮았잖아요...!(분한듯한 눈...) 그치만 그렇다고 모든 화면을 cg처리할 수는 없으니...나름 최후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히메:(눈 깜빡... 얘는 내 생각을 읽나?) 어휴,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 거라면 안 만들면 될텐데. 사람들이 저걸 보고 내 외모를 오해하면 어떡해. (불만...)
 
세라:걱정마요...! 이제 히메 님이 돌아왔으니 다들 실물을 보고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 할 거예요...! 요즘 인터넷이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한장만 sns에 올려도 다들 퍼나르고 해서 전세계가 알게 될 거예요...!(진심으로 말하는 눈...)
 
히메:벌써 검색해보면 다 올라와 있을지도. 착륙하자마자 기자가 한 명 들어오기도 했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끝에는 말을 흐렸다.) 카페에는 뭐가 있으려나~...
 
세라:(말을 흐리는 것에 의아해하다가 카페 이야기가 나오자 열심히 또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여기 카페 유명해요! 아웃스타에서도 유명하고요... 맛도 있고 인테리어도 좋대요 얼른 가요...!
 
세라가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걸어 도착한 곳은
 
영어로 DULGIBUCKS라고 적힌 곳입니다.
 
여기서 뭘 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둘을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과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스코트 비둘기 그림이 깜찍하게 컵에 그려져있네요.
 
아무래도 음악다방 같은 곳인 것 같은데...
 
DJ는 보이지 않고 노래만 흘러 나옵니다.
 
축음기도 안 보이는데...
 
세라:히메 님 어서 음료 시켜요! 여기 커피랑...디카페인음료도 많고요...!(조잘조잘설명하는 중...)
 
히메:(음악다방에 축음기가 없다니...) 음... 디...디카페인. (그게 뭔데...) ...뭐 추천하는 건 없어?
 
세라:으음...커피가 싫으시면 딸기스무디나...초코 스무디도 좋고...녹차 프라페 블루베리요거트스무디도 있어요! 히메 님 좋아하는 향이나 맛같은 거 없으세요?
 
히메:(녹차프라페블루베리요거트스무디...) ...차 종류? 아니면 그... 초코 스무디도 괜찮고.
 
세라:차도 있어요! 얼그레이티나...루이보스 아니면 뱅쇼류도 있고요! 차품질이 아주 좋다고는 못 해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면 초코 스무디 드실래요? 저는... 패션후르츠망고 스무디 할게요! 마시다가 영 아니면 바꿔서 마셔요...!
 
히메:으음, ...그래. 그러자. (혼란스러워서 그냥 동의한다...) ...나는 기다리면 되나?
 
세라:네! 제가 금방 주문해올게요! 마음에 드는 빈 자리 골라 앉아주세요...!
 
우여곡절 끝에 메뉴를 정하고, 당신은 적절한 2인석을 골라 앉습니다.
 
당신이 정한 자리로 세라는 진동벨을 들고 오더니
 
잠시후 진동이 울리면 음료 두 잔을 받아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남들에게는 의아한 광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누가봐도 두 사람은 20대인데
 
한 쪽이 한 쪽에게 프라페가 뭔지, 스무디가 뭔지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진지하게 열심히 설명하던 세라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더니 탄성을 터뜨립니다.
 
세라:우와아... 히메 님 여기 진짜 맛집인가봐요...! 맛있어요...! 어서 드셔보세요...!
 
히메:(오물오물...) (파아앗... 얼굴 슬쩍 펴짐...)
 
세라:(입맛에 맞으셨나보다!)(같이 행복해짐...)
 
한참을 열심히 마시고 신나하던 세라가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 가지 중얼거립니다.
 
세라:부모님이라도 이런 적 없었는데 말이죠...
 
그 얼굴은 마치...
 
 ꕥ 심리학 판정 ꕥ 
 
히메: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세라의 표정이 조금 씁쓸해 보입니다.
 
그러더니 세라는 다시 미소를 띠우며 당신을 보고 묻습니다.
 
세라:2022년 음료의 맛은 어때요...? 맛있죠...!
 
히메:(방금... 뭐였지?...) (음료 쪼오옥...) ...응, 맛있네. ... ... (또 조금 자존심 상함...)
 
세라:헤헤... 다 마셨으면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히메:(컵이 깔끔!) 다음은 어디로 갈까~... 멀티방은 뭐하는 곳이야?
 
세라:(다 마신 거 보고 뿌듯!) 멀티방이요? 온갖 게임기들 있는 곳이에요! 뽑기 기계랑.... 으음...일단 가보시면 알 거예요!(쫄래쫄래 멀티방으로 데려가기...)
 
세라가 이끄는 대로 도착한 곳은 의미를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멀티방'이라고 쓰여진 간판부터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요!
 
어리둥절한 채로 우선 세라를 따라 들어가면
 
직원이 몇 번 방이라면서 안내를 합니다.
 
신발까지 벗고 들어가면 웬
 
커다란 모니터만 있는 방에 도착합니다.
 
실험실? 일리가 없을 텐데요?
 
세라:여기 놀자스테이션... 버튼...최신 게임기기 다 있네요...!
 
히메:놀자스테이션?... (게임기라곤 패미컴밖에 모름...)
 
세라가 고르고 골라 내민 박스에는 <날려라 동물의 집!>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2048>이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플레이 해볼까요?
 
히메:흠... (화나니까 집이나 날려봐야겠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집이나 부숴볼까...
 
당신은 폭력성을 과시하기 위해
 
날려라 동물의 집을 고릅니다
 
대체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은 뭐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을에 있는 동물들에게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그들의 집과 재산을 하나식 인수하는 게 목표입니다.
 
당신에게 처음으로 빚을 빌렸던 동물은
 
히메:파괴하는 게 아니네... (시무룩...)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빚 따위 지지 않았을 텐데!"
 
하며 눈물까지 흘리네요.
 
세라 말로는 이게 최신...유행...게임이라는데...
 
히메:안쓰럽지만 너의 아둔함이 불러온 결과란다. (그것보다 2022년에는 게임들이 괴랄하게 변하네...)
 
세라:어쩌죠...귀여운 동물친구들 집이...(자기도 처음해봤는지 하다가 훌쩍이는 중...)
 
히메:(훌쩍일 거면 왜 이런 폭력적인 제목을 추천한 거야???) 어쩔 수 없지. 세상은 냉정한 법이야. 저기 저 친구는 심지어 나한테 빚을 안 졌는데도 혼자서 무?를 사서 망했잖아.
 
세라:(훌찌럭 하다가 소매로 눈물 훔침...)하지만 가엾잖아요...! 길거리로 쫓겨나다니... 곧 겨울이 오는데 다 얼어죽으면 어떡해요...?(눈물 그렁...) 으으 히메 님 탓이 아닌 건 알지만 가여워요...정부의 대책만 제대로 됐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아니다...)
 
히메:그렇지만... 우리가 얼려죽인 건데. (;) 뭐, 춥다고 집을 돌려달라고 하면 더 비산 이자의 빚을 내주지 뭐. 얼어죽지는 않겠네. (!) 정부의 대책... (먼 산 봄...) 그런 건 바라지도 마. 아니, 애초에 이거 게임이잖아.
 
세라:(여전히 가여워하는 눈...) 으으...그래도 재밌기는 했어요...! 다들 이런 잔혹한 게임을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이제 다른 데 갈까요...? 아니면 피곤하신가요?
 
히메:(가여워하면서 재미있어 하다니... 복잡한 기분 됨...) 어디 또 갈 곳이 있을까... (그대로 뒤로 넘어져서 누웠다.) 넌 안 피곤해?
 
세라:(게임성이 좋은 거랑 슬픈 건 별개니까요...) 저는 괜찮아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열심히 체력을 길렀거든요! 이제 백화점 한 군데 남았어요!
 
히메:(미치겠네...) 그럼 백화점에 가볼까... 요즘은 어떨지 궁금하네.
 
세라:좋아요...~(이번에도 앞장 서서 걸어나간다.)
 
마지막 장소네요. 이번에도 세라가 이끄는 대로 도착하면...
 
와! 백화점! 여기 정말 놀랍습니다!
 
마이아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습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적응이 안 될 정도예요.
 
기본적인 구조는 당신의 기억과는 다르지 않지만...
 
매장에 걸려있는 브랜드들이 전부 낯설기만 합니다.
 
공상과학소설에서 본 옷처럼 기괴하지는 않지만요.
 
세라:저 히메 님 사고 싶은 건 다 사드릴 수 있어요...! 이래보여도 돈은 많거든요...! 헤헤... 의류 보실래요? 장신구? 시계? 아니면 뭐가 좋아요?
 
히메:음. ... (걸려있는 옷들 한 번 보고 제가 입고 있는 옷 내려다 봄... 구시대에 사는 것 같다...) 추천 좀 해 줄래? (자신감 급 하락...)
 
세라:(왜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지신 것 같지?)(의아한 눈 하다가) 여기 털망토 달린 원피스같은 거 어때요? 추위도 막고 귀여우니 잘 어울릴 거예요! 아니면 저기 두꺼운 원단의 장치마도 있어요! 위에 니트랑 매치하면 잘 어울릴 거예요! 저기 베레모도 좋고 저기 저기...(너무 또 많아지는 설명...)
 
히메:(어지럽다...) 음... 입어볼까? (옷 쪽으로 쫑쫑 걸어감...)
 
세라:좋아요! 피팅룸 저기에 있으니까요...! 갈아입고 나와보세요...! (몇개 골라준 옷 들고 내밀음...)
 
히메:(옷 받아서 피팅룸 쫑쫑 들어가서 갈아입고 나와 봄...) 음... 어울려?
이미지
 
세라:너무 잘 어울려요 히메 님...!(신나서 방방...) 그거 바로 결제할게요 잠시만요...!(점원을 불러다가 열심히 이야기하더니 금세 결제하고는) 쨘! 이제 그거 입고 돌아다니셔도 괜찮아요! 택도 제거해드릴게요...!
 
히메:빠, 빠르네... (너한테 쫑쫑 가서 택 떼 달라고 뒤돌기나...) 나, 좀 요즘사람 같아 보이나. ... (이게 제일 걱정이었다...)
 
세라:그럼요! 히메 님은 항상 요즘사람 같았는 걸요!(가위 빌려와서 뾱뾱 자르고 택 버리고 왔당!)
 
히메:(조금 감동...) 그랬으면 다행이다... (곰곰...) 너도 나랑 똑같은 거 입을래?
 
세라:저요? 으음...그럴까요?(고개 기울이다가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는지 사이즈랑 색이 다른 옷을 골라다가 피팅룸으로 가서 입고 나왔어.) 쨘! 어때요...?
 
히메:(예전 생각이 나서 고개 숙였다가 도로 들었다.) 잘 어울리네. (볼이나 쓰담...) 이걸... 음, ...요즘 사람 말로 시밀러 룩? ... 이라고 하던데.
 
세라:...(어쩐지 무얼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아서 그냥 외면하고 웃었어.) 잘 어울려요? 헤헤... 시밀러 룩 맞아요! 커플룩이나...비슷하게 입은 시밀러룩이라고 하죠...! 이러니 진짜 진짜 데이트 같아요...(좋은지 자꾸 몸 빙글빙글 돌아보며 살펴봤어.)
 
히메:(볼쓰담쓰담쓰담쓰담...)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로 데이트 하는 것 같네. (우물... 그것보다 요즘 사람 말 맞았다. 조금 뿌듯...)
 
세라:(뿌듯한 히메 님은 짱 귀엽다...) 헤헤 더 둘러보실래요? 시계나 악세사리... 아니면 먹을 거 드시고 싶으시면 거기 가도 괜찮아요!! 지하에 푸드코드 있거든요! 다 둘러봤으면 나가도 좋고요...!
 
히메:(??...)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아까 카페?에서 음료만 먹고 나왔으니까.
 
세라:그럴까요? 좋아요! 여기 에스컬레이터 타고 어서 지하로 내려가요!(신났는지 먼저 가서 기다리는 중...)
 
히메:(어어...) 같이 가... (쫑쫑 뒤따라 감...)
 
아마도 안 버리고 간 세라를 따라 푸드코트로 가면 맛있는 냄새가 벌써부터
 
폴폴 풍깁니다.
 
일식, 중식, 양식, 한식 각각 구역이 나뉘어져서 있네요!
 
베이커리도 있어서 빵이나 케이크를 사먹을 수도 있을 듯 해요!
 
세라:뭐 드실래요 히메 님? 밥? 국수? 빵?
 
히메:(어제 저녁이 일식이었으니까...) 간단하게 빵 먹을까. ...요즘 빵은 또 뭔가 다르나? (기웃...)
 
세라:요즘 빵은 음...다양한 맛이 나왔죠? 옛날에 비해 시즈닝이 다양해졌으니까요...! 소세지빵같은 것도 좋고... 곧 크리스마스라서 부시드 노엘도 있네요! 아니면 샌드위치도 좋고요!
 
히메:(크리스마스... 눈 깜빡...) 그럼... 제일 익숙한 샌드위치 먹을래. 너는?
 
세라:저도 그럼 가볍게 샌드위치 먹을게요...!
 
세라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
 
 ꕥ 행운 판정 ꕥ 
 
히메:
기준치: 55/27/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나가면서 당신을 보며 잠시 기웃거리던 행인들이 이내 멀어집니다.
 
그나마 선글라스...덕분에 못 알아봤나봐요.
 
히메:(이거 덕분에?...)
 
기묘한 의문을 무시하고 세라를 다시 마저 기다리고 있으면
 
 ꕥ 듣기 판정 ꕥ 
 
히메: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아마도 연인 사이인 것 같은 대화가 들려옵니다.
 
자기야, 어때? 맛있어?" "응!" "하나 더 살까?"
 
커플들의 영양가 없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드디어 사온 세라...가 보이...뭘 이리 사온 거죠?
 
세라:샌드위치만 사면 심심할 거 같아서 몇 개 더 사왔어요...!
 
기어이 통나무모양 케이크에 슈크림빵, 메론빵...말고도 별의 별걸 다사왔습니다
 
빵에 세라가 가려질 정도예요.
 
히메:(눈 깜빡......................) 빵 가게 하려고?
 
세라:아뇨? 히메 님이랑 먹으려고요!
 
히메:(......................하늘 쳐다 봄...) 나 이렇게 많이 먹는 취미는 없는데.
 
세라:먹다 남으면 숙소 냉장고에 넣고 천천히 먹죠 뭐!(당당)
 
히메:요즘 빵은 그렇게 먹어도 안 상하나... (신기하네... 2022년이란...)
 
세라:으음 크림들은 건 빨리 먹어야히지만... 소세지빵같은 건 좀 늦어도 괜찮을 걸요?
그나저나 커플들은 항상 데이트할 때 서로 자기야-라고 부른데요! 아까 오면서도 들었는데 말이에요... 이거 무슨 뜻일까요? 자기장처럼 항상 서로를 끌어당기겠다? 엄청 로맨틱해요!(대충 근처 테이블에 자리 잡고 빵 우수수 쏟은 뒤 샌드위치 하나 까먹으면서 헛소리 한다...)
 
히메:??... (자기도 샌드위치 집어서 까먹다가 네 말 듣다가 어벙해짐...) 그게 로맨틱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그런 의미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확신해.
 
세라:그런 거예요...? 당연히 자기니까 자기장일줄 알았어요...(엇나가는 이과생...) 이거 샌드위치 야채 신선하고 맛있네요! (우물우물 하나 뇸뇸 먹어치우고는) 히메 님도 다드시면 백화점은 이제 나갈까요?
 
히메:역시 바보 유전자... (;) 그러자. 백화점 나가서... ... 어디로 가지. 지금 몇 시더라? (샌드위치 우물...)
 
세라:바보 아니라니까요...! 으음 다음 행선지는 정해져있어요! 지금은 거의 밤이지만... 이 빵만...차에 두고 가요!
 
히메:차에 둬도 안 상해? (흐음...) 알겠어. 밤인데 괜찮으려나. (길거리가 흉흉할텐데...)
 
세라:겨울이니 차 히터만 안 틀면 괜찮을 거예요...! 거기도 지금 냉동고처럼 추울 걸요?(아무렇지 않게 말하더니) 괜찮아요! 밤이지만 저는 안전한 곳으로만 히메 님을 데려갈 테니까요!
 
아직도 갈 곳이 더 남은 걸까요?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겨울의 밤은 너무 빨리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빵을 대충 뒷좌석에 던져두고(...)
 
이 머나먼 현재에서 유일한 등대인 세라를 따라갑니다.
 
두 사람은 어느새 자연스레 나란히 걷고 있습니다.
 
짜증만이 느껴졌던 이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가까이 와도 화가 나지 않는 걸까요.
 
바보같은 웃음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다르게... 자꾸 후미진 길로만 가고 있는 건...
 
당신의 착각일까요?
 
조금씩 불안해지는 걸음을 따르다 보면,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암실입니다.
 
───────  ───────
 
어쩐지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세라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발을 들이면
 
온통 깜깜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라의 발걸음 소리만 들릴 뿐,
 
이름을 불러도 닿지 않습니다.
 
희미하게 당신을 이끄는 손길만이
 
유일한 이 암흑 속 반딧불이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고요한 암흑 속에서 긴장된 당신의 숨소리만 들리던 그때,
 
깜깜했던 공간에 찬란하게 별들이 수놓아진 밤하늘이 펼쳐집니다.
 
세라:이제 이 도시에서는 별을 거의 볼 수가 없어요... 제가 답답할 때마다 오던 곳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지구에 도착한 뒤로는 별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밤에 잠들기 전에 본 하늘은 새까맣기만 했죠.
 
예전에는 별들이 찬란힌 노래했었는데 말이에요.
 
별들의 목이 쉬기라도 했을까요.
 
우주에서 보던 아름다움과는 사뭇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습니다.
 
천체투영관이야 탐사 전에도 여러 번 봤지만,
 
이건 어딘지 다릅니다.
 
실제 밤하늘 못지 않은, 그보다 더 찬란한 듯한...
 
오로지 지구에서만 볼 수 있는 밤하늘.
 
이곳은 별도, 달도, 해도 뜨는 곳.
 
찬란 별빛들 아래에서
 
호숫가를 머금은 눈이 가벼이 휘어지고 환히 웃습니다.
 
그러고는 당신으로부터 살며시 한 걸음 멀어지곤 손을 뻗습니다.
 
세라:있잖아요. 히메 님. 저 꿈이 있어요. 별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히메 님. 함께 탐사하실래요? 저 별들요!
 
당신 그 손을 잡나요?
 
히메:(주변에 수놓아진 밤하늘과 네 손을 본다. 그 모습이 제 연인이었던 사람과 사뭇 닮아서, 반사적으로 네 손 위로 제 손을 겹치려다 멈춘다.) 있잖아, (손을 내리고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가 숨을 골랐다.) ...왜 그런 부탁을 나한테 하는지 궁금한데.
 
세라:아차...제가 너무... 성급했죠? (멋쩍게 웃으며 손 살짝 내렸다가) ...제가 이 이야기했던가요? 저 우주에 관심 가지게 된 게 히메 님 때문이었어요.
 
당신은 이 빛을 사랑해서 우주 비행사가 됐습니다.
 
그런 찬란한 밤하늘 아래에 서있는 것은 당신과 세라 둘뿐입니다.
 
한참을 별빛을 바라보다 말한 세라의 말은
 
황당하면서도 진중하기 그지 않습니다.
 
세라는 잠시 입을 닫고 웃습니다.
 
세라:슬슬 말해드려야 될 거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그거 저 어릴 때 사고나서...그때 어머니랑 아버지 다 돌아가셨어요. 제가 유일한 비행기 사고 생존자였죠.
 
세라의 말을 듣고 당신은 TV에서 대충 봤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립니다.
 
그 생존자가 세라였습니다.
 
세라:그 후에...유품을 정리하다가요 어머니의 일기를 찾았어요...! 어머니는 히메 님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지만...일기장에 적혀있는 히메 님은 말로만 듣던 것과는 또 사뭇 달랐어요...! 별을 목표로 노력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별이 흐드러지게 내립니다. 물론 이는 다 정교히 만들어진 가짜임을 알면서도, 홀리게 됩니다.
 
세라:그래서 저도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공부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에요! 다만... 사고 기억때문에 우주선을 타기는 힘들어서... 대신 항법 시스템 연구원이 됐어요.
 
어찌보면 당신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입니다.
 
아찔하게 쏟아져내리는 별들이 아름답다한들 이건 진짜가 아니고,
 
눈 앞에 있는 이는 당신의 연인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여백을 여행할 동안 같이 그 여백 속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으로 하루를 채우며,
 
우주를 향한 꿈을 채운 세라의 얼굴은...
 
 ꕥ 심리학 판정 ꕥ 
 
히메: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지독한 외로움이 얼굴에 스칩니다.
 
의존할 곳 없어 일기에 쓰인 당신을 지지대 삼아
 
여기까지 걸어온이의 발자취는
 
밤하늘 아래 진흙 속 찍힌 발자국과 같습니다.
 
세라:저는 이 모든 시간을 히메 님을 위해기다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만나서...행복해서...(잠시 입을 닫다가) 바로 선택하기 힘드실 수 있어요...! 편히 말해주세요...! 저는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히메:(고개를 내렸다. 귓전에 내려앉는 목소리가, 문득 비치는 얼굴의 표정이, 네가 전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그와 닮아있어서. 자꾸만 네게 그를 겹쳐보게 된다. 네가 그와는 다른 사람임을 암에도, 뼈저리게 알고 있음에도...) ...대체 왜 나를 기다린 거야?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엄마의 전 연인을 기다리다니, 동경하다니. ...그거 이상하잖아. 다만 걔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썼다 한들, 먹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니잖아...
 
세라:저도 잘 모르겠어요...(네 말에 그저 씁쓸한듯 웃어보였어.) 어머니는 계속 히메 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워했다고 했잖아요? 사실...히메 님이 돌아가셨다고 공표난 뒤에...엄청 힘들어하셨어요...그 옆에서 도와주신 분이 저희 아버지였고요.... 두 분은 친한 친구였다고 해요... 다만 어머니는 히메 님을 잃고 너무 힘들아하셔서 지지대가 필요했고요...그래서 결국 결혼을 하고 저를 낳으신 거예요. 공백을 채우려고요. 히메 님이 이해해주길 바란 이야기는 아니에요...그냥 해드려야겠다 싶어서요... 갑작스레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뒤에는 저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꿈만같은...동화같이 아름다운 우주와 그를 누비는 히메 님만이 제 유일한 동경이었어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저도 설명할 수 없어요. 그저 마음이 이끌린대로 했을 뿐인 걸요.
 
히메:(속에서 무언가 올라올 것만 같은 갑갑함만이 맴돌았다. 잡을 것이 없어 네가 사준 옷을 꼭 움켜쥐었다.) ...그래, 그랬구나. (하늘에 떠도는 별들이 떨어져 발치에 쌓이는 것만 같다. 시야가 흐려지고, 발치에 떨어지는 별들도 흐려진다.) 세상에 동화같은 이야기는 없는 거 알지? (떨리는 목소리를 살짝 가다듬고 소리를 말로 뱉었다.) 있잖아, 나. 지구에 와서 너를 보고, 걔가 날 버렸다는 말을 듣고, 날 전시하고, 마음대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차라리 다시 우주로 가서 죽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흐려서 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손이 내밀어져 있는지도, 아닌지도.) 그리고 그 생각은, 아직도 여전하거든. ...그러니까 나랑 탐사하는 건 포기하는 게 좋겠다. 만약 내가 네 손을 잡고 우주를 함께 탐사한다고 해도, 나는 또 여백이 되어서 그를 닮은 너를 한참이나 기다리게 하겠지. 아, 아마 이번엔 평생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야. ...
 
세라:(눈물을 흘리는 너를 보고 당황한듯 급히 다가왔지만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만 했어. 저는 네 눈물을 닦아줄 자격이 있기나 할까...) 어머니는 히메님을 버린 적이 없어요...! 사실 버렸다고 느껴질만 했지만...정말로 항상 히메 님을 사랑하셨어요... 어쩌면 저보다 더요.(조금 씁쓸하게 웃더니) 우주로 가서 죽다니 안 돼요...!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히메 님이 돌아오기를요...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제가 히메 님을 위해서 위해서...(말하다 입을 다물더니) 애초에 저도 당장 우주선을 탈 수 있는 건 아닌 걸요. 그러면 다른 약속을 할까요? 나중에...어떤 식으로든... 다시 우주로 나가게 되신다면 죽지말고 돌아와주세요. 네? 다시 우주로 탐사하러 나가지 않아도 좋아요...! 저는 히메 님이 하고 싶은 걸 했음 좋겠어요. 이런 괴로운 기억은 단 한 번으로 족하잖아요... (짓눌린 표정으로 웃더니) 저를 사랑해달란 것도, 저를 위해 뭘 포기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히메 님이 하고 싶은 걸 해주세요. 저는 상관하지 말고요. 네?
 
히메:너보다 날 덜 사랑했으면, 미워했을 거야. 평생... 평생... (네 표정이 어떤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네 얼굴이 있을 즈음을 흐릿하게 응시했다.) ...날, 왜 그렇게 위하는 건지 모르겠어. 세라. (네 이름을 똑똑히 발음한다. 이어 말을 뱉었다.) 정말 나를 동경하기만 해? 이게 정말 마음이 이끌린 결과야? ...걔의 경험 말고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네게 있어서, 나는 네 인생 거의 전부를 바친 목표가 될만큼 의미가 있는 사람이었어? 정말 그래? (...) ...하고 싶은 거? (옷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없어, 이제는. 내 의미란, 아무것도. (시야가 번져도 닦아 선명하게 만드려고 하질 않았다.) 그래도 꼭 살아야 한다면, (네 손이 있을 즈음을 더듬었다. 이내 툭 건드렸고,) 네가 있어야 하겠지. ...유일히 나를 아이콘 따위로 봐주지 않을 네가.
 
세라:...그쵸? 어머니는 히메 님을 정말로,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저도 히메 님을 아주 좋아하고요? 어머니가 저보다 히메 님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뒤에도 딱히 화나지 않더라고요.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도 들었어요.(이제는 다 마무리된 감정들이었다. 우는 너와 대조되게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다가) ...네. 히메 님을 동경하고 좋아해요. 왜 히메 님을 그렇게 따르게 됐을까요. 그건 어머니가 그리 많이 이야기해준 이가 아버지도 아니고 히메 님 뿐이라서 일 수도 있고, 모두가 쓸려나가 홀로 남은 제 삶에서 살아있다고 위안삼을 이는 히메 님밖에 없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다른 사람들은...노바 09호의 신호가 다시 잡힌 뒤에야 히메 님을 기다렸지만 전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옷을 세게 쥐었다가 놓는 너를 막연하게 바라만 봤어. 저는 당신을 여기서 더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그리 도움이 되기에 만난 시간은 저는 길어도, 당신은 짧으니까. 우리 사이의 여백은 제 애정으로 덮을 수 없을 만큼 크니까.) ...저는 히메 님을 아이콘으로 보지 않아요...! 어떻게 히메 님을 그렇게 보겠어요... 그럴 수 없어요...(제 손에 희미하게 닿는 네 손을 보고 옅게나마 웃었어. 이런거라도 좋아서, 이런 자그마한 기회라도 절로 웃을만큼 행복해서.) 지금 당장은 없어도...살다보면 생길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드릴 테니까요.(의미싱장한 말을 덧붙이더니)
 
우는 당신과 다르게 세라는 옅게 계속,
 
옅게 웃고 있습니다.
 
당신의 눈물이 별똥별이 되어 흩날리면
 
세라는 그 아래서 얌전히 그 별을 받아내는 대지가 됩니다.
 
세라:아, 맞아요 히메 님...! 이거...중요해보이는 것 같아서...
 
품을 뒤적이던 세라는 당신에게 보름달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를 건네줍니다.
 
세라:헤헤 원래는 금지인데...몰래 슬쩍했어요...! 아무도 모를 걸요?
원래 히메 님 물건이잖아요...! 히메 님에게 돌아가야죠...!
 
당신이 툭 건드린 손의 반대편 손이
 
당신에게 펜던트를 건네줍니다.
 
세라의 손에서 빛나는 펜던트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모든 여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세라:원하는대로 펜던트를 쓰세요...! 다시 히메님의 것이 되었잖아요...!
 
히메:...아, 이거. (이젠 돌아갈 주인도 없는 물건. 어디론가 휙 던져버리려다가 네게 가까이 다가가서 목에 걸어주었다.) ...난 이제 필요 없어. 네가 쓰던가, 아니면... 네 어머니 성묘 갈때 묘에라도 걸어 주련? ...
 
세라:...?!(제 목에 걸리는 목걸이 보더니) 저 주셔도 되는 거예요...? 감사해요...!(네가 어떤 이유로 이걸 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리도 기뻐하는 이유는 그저, 네가 제게 선물을 줘서. 그 뿐이었다.) 성묘할 때도 걸고갈게요...!하지만 이건 제가 받은 거니...어머니는 안 드릴래요...!
 
히메:(네게 이걸 주는 것이 얼마나 양심에 찔리는 짓인지를 알아서, 끝내 이 물건이 무엇을 목적으로 구매된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 네 엄마도 너한테 주는 걸 훨씬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좋아해 줘서 다행이야. (만약 내가 제때 이걸 그에게 줬더라면 그는 너처럼 기뻐했을까. ...)
 
세라:...그런가요? (잘 이해하지 못 했는지 아리송한 눈을 하다가 이제 마냥 선물받은 것에 기뻐했어.) 이제 어서 숙소로 돌아가요...? 더 늦으면 큰일날 거예요...!(다시 한 번 네 소맷자락 당겨서 얼른 돌아가자고 재촉했어.)
 
히메:저, ... (더듬어 네 손을 잡고는) ...응, 돌아가자.
 
선뜻 내밀지 못 한 손을 대신 잡아줍니다.
 
우리의 삶은 밤하늘이 아니지만,
 
밤하늘만큼,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빛나고 있겠죠.
 
우리는 이 어둔 밤하늘 속 숨은 별을 보게 해줄 이를
 
평생 찾고, 또 찾아헤맵니다.
 
돌아갈까요, 당신의 반딧불이가 이끄는 길로, 일단은요.
 
───────  ───────
 
천체투영관을 나와 두 사람은
 
센터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도착합니다.
 
마이아의 숙소까지 당신을 바래다준 세라는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돌아갑니다.
 
오늘 하루 어땠나요?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또 함게했습니다.
 
다름 아닌 세라와 함께 말이에요.
 
당신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창가 너머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하늘은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  ───────
 
...
 
???:......
... 어떻게 다시...프로젝트 이름이...
 
한밤중에 무전기에서 갑자기 소음이 들려옵니다.
 
지직거리는 소리 사이로 드문드문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ꕥ 듣기 판정 ꕥ 
 
히메: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이아 프로젝트라뇨...! 그런 말 없었잖아요...! 당신들은 처음부터...!
 
정신을 차리고 귀 기울여 들어보면 세라의 목소리 같습니다.
 
지직거리는 소음이 심해 다들을 수는 없지만
 
몇 가지는 선명히 들립니다.
 
세라:히메...마이아 님을 태울 거면 차라리 저를 태워요.
 
한참을 지직거리며 드문드문 세라와
 
다른 어떤 목소리를 뱉던 무전기는 이내 고요해집니다.
 
뭔지는 몰라도 격분한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 화낼 수 있었다는 게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신의 앞에서는 웃기만 했는데 말이에요.
 
당신의 안위에 관해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세라는 분명 제 의사를 제일 먼저 존중해주겠다고...
 
...
 
세라는 저없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어쩐지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다시 쉬이 잠을 청하기가 어렵습니다.
 
잠에 들려고 해도 계속 생각이 이어집니다.
 
비행선이 무서워서 당장 탈 수 없다고 했던 게
 
고작 몇시간 전에 들은 말인데
 
이제와서 타겠다니요.
 
마이아 프로젝트는 또 뭔가요.
 
당신, 이대로 잠을 마저 청하겠나요?
 
그도 아니면 나가서 진실을 파헤치겠나요.
 
히메:(...) 하... 이 바보 유전자들은 왜 항상 나를 이렇게 고생시키는지... (일단 방 밖으로 나가봅니다...)
 
당신은 잠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킵니다.
 
세라를 찾기 위해 숙소를 나가면
 
밖은 컴컴한 복도입니다.
 
비상구 표시를 따라가면 끝에 희미한 조명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4층에서부터 지상 23층까지 있습니다만, 어쩐지 버튼이 눌리지 않네요.
 
 ꕥ 관찰력 판정 ꕥ 
 
히메: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층을 누르는 버튼 위에 웬 유리판이 있습니다.
 
...이 유리판으로 뭘 해야 하는 걸까요?
 
히메:(갸웃...)
 
 ꕥ 지능 판정 ꕥ 
 
히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를 인식시켜야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작은 유리판에 인식시킬만한 신체부위가...
 
히메:(흐음... 손가락이나 갖다대 봄...)
 
당신이 손가락을 가져다대면...
 
───────  ───────
 
사용자 코드 HS-1225 인식되었습니다.
 
당신이 유리판에 지문을 가져다 대자
 
어두웠던 엘리베이터의 내부에 환히 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딱딱한 음성이 엘리베이터 내부를 채웁니다.
 
다행히 당신은 아직 센터 소속으로 등록되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17층만 점등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당신의 권한으로는 그곳만 갈 수 있는듯 합니다.
 
당신 17층으로 향하겠나요?
 
히메:(어차피 17층으로 갈 생각이었고... 17층 꾹 누름...)
 
당신이 버튼을 누르면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세 갈래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부터 <마이아 프로젝트실>, <연구실 001-010>, <전시관>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겠나요?
 
히메:전시관부터 가볼까...
 
어제 가봤던 전시실에 홀린듯이 가봅니다.
 
[도난으로 인한 임시 폐쇄]라는 팻말이 떡하니 걸려있습니다.
 
...누구의 짓인지 안 봐도 훤하네요.
 
여기서도 세라의 흔적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건드렸다가는 딱봐도 경보가 울릴 것 같습니다.
 
히메:바보네................. 모형이라도 두고 왔어야지. (눈 데굴...) 연구실에나 가볼까...
 
세라의 흔적을 뒤로하곤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1호실부터 10호실까지 일렬로 늘어져 있습니다.
 
각 문마다 낯선 코드들이 붙어 있습니다.
 
하나씩 훑다 보면 복도 맨끝에 위치한 10호실에 붙어 있는
 
[HS-1111]을 발견합니다.
 
문을 열어보겠나요.
 
히메:(흠...) (열어본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것인지,
 
문을 당겨보면 문은 쉬이 열립니다.
 
이거 설마 세라의 연구실일까요.
 
연구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방금까지 사람이 있다가 나간 듯 서류며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대체 왜있는지 모를 토끼 무드등도 있습니다.
 
형광등도 환하게 켜진 상태네요.
 
무전기도 있군요.
 
세라는 이걸 두고 지금 어딜 간 거죠?
 
'책장', '책상', 그리고 '화이트보드'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히메:하... 일단 책상부터.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여러 논물들과 책이 책상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우편물과 일기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img
 
img
 
당신이 일기를 다 읽고 나면
 
그 다음 장에 꽂혀 있던 카드키가
 
툭, 떨어집니다.
 
다른 걸 마저 살펴보겠나요.
 
히메:(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드키 줍고...) ...(인상 찌푸린 채로 책장 봄...)
 
책장에는 여러 나라 언어들로 된 천체물리학에 관한 책들이 잔뜩 꽂혀 있습니다.
 
당신의 숙소에 있던 것과 비슷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양이 훨씬 더 방대하지만요.
 
 ꕥ 자료조사 판정 ꕥ 
 
히메: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위화감이 느껴지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알 수 없는 언어들과 함께 <시간의 관문 개론>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걸 읽어보겠나요?
 
히메:(펼쳐봅니다...)
 
기이하고 모독적인 문자들로 인해
 
 ꕥ SANC (1/1D3)  ꕥ 
 
히메: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img
 
마이아 이성 1감소
 
복잡한 수식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문자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타임 패러독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니요?
 
이론이 성공한다면 1990년, 노바 09호를 타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보드를 보시겠나요?
 
히메:...무슨... (화이트 보드 보러 간다...)
 
새하얀 화이트보드에는 복잡한 수식들이 적혀 있습니다.
 
 ꕥ 과학OR지능 판정 ꕥ 
 
히메:
과학: 천문학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수식들은 2022년과 과거 어느 시점 사이의 광년을 계산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operation: 여백 10호]라고 적혀 있습니다.
 
히메:...이제 거기만 남았나... (찌뿌둥...) ...이래 달라고, 단 한 마디도 안 했는데. (프로젝트실로 간다...)
 
당신은 황당한 마음을 이끌고 마이아 프로젝트실로 향합니다.
 
───────  ───────
 
덤덤한 발걸음으로 마이아 프로젝트라고 적힌 문 앞에 도착합니다.
 
카드 키를 인식하면 기계음과 함께 철문이 열립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신 앞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직조된 우주선입니다.
 
선체에는 [여백 10호]라고 써 있습니다.
 
인류의 가장 뛰어나고 유려한 창조물.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면
 
조종석과 조종 계기판이 보입니다.
 
시간은 32년이 흘렀지만
 
우주선의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장치들의 생김새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러워졌지만,
 
오히려 당신에게는 오랜 익숙함과 안락함이 느껴집니다.
 
 ꕥ 항법 판정 ꕥ 
 
히메:
항법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분명 이게 맞는 것 같은데?
 
다소 버벅이다 우연히 누른 버튼이 제대로 맞았는지
 
일단은 항법 시스템이 작동됩니다.
 
화면이 점등하고 익숙한 음성이 들립니다.
 
여백 10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노바 09호의 음성과 동일하군요.
 
그렇다면 음성 명령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시간역행'과 이 우주선은 관련이 있겠죠.
 
히메:(흐음...)노바, 아, 어라. ...(습관대로 불러버렸다.) ...여백, '시간의 관문'이 뭐야?
 
시간 관문. 명령어 인식하였습니다.
 
히메:잠깐, 뭘 인식한 거야?
 
시간 역행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해 주세요.
 
히메:...패스워드? (...끙,,,) 1225?
 
일치하지 않습니다.
 
패스워드로 쓰일만한 여섯자리 숫자는...
 
 ꕥ 지능 판정 ꕥ 
 
히메: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여러 숫자들 중 유독 노바 09호가 발사된 날짜가 뇌리에 남음을 느낍니다.
 
히메:그럼... 901225... 인가.
 
시간 역행 프로그램 실행 완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노바 09호, 아니 여백 10호의 음성과 함께 화면이 바뀌고 나타난 것은,
 
img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당신의 귀에 초연한 목소리가 꽂힙니다.
 
세라:...결국 여기까지 오셨군요?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미소를 지었지만 여백처럼 아무런 표정도 느낄 수 없는 세라입니다.
 
───────  ───────
 
본 적 없는 표정의 세라에게서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함만이 느껴집니다.
 
화면에 떠 있는 역행 프로그램을 본 세라는
 
차분하게 다가와서 말합니다.
 
세라:...어디까지 보셨어요?
 
히메:네가 나에 대해 되도 않는 생각을 가지고 있단 것까지 전부. (허.) 세라, 과거로 갈 거면 너나 가. (...)
 
세라:...결국 거기까지 보셨군요...(체념한듯한 눈을 했어.) 일단... 결정은 당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직 혼란스러우시죠? 왜 제가 이걸 만들었는지...왜 이랬는지...왜 그럼 제가 만들었는데 당신에게 기회를 양도하려는지.
 
밤하늘 아래에서 찬란히 웃던 얼굴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비추는 듯한 호수만이 미동도 없이 얼굴에 놓여있습니다.
 
수많은 고통을 등반하여 정산에 다다른 이는,
 
과연 행복할까요.
 
세라:...열다섯에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리고 그건...제가 낮잠자느라 일어난 사고였죠. 그걸 돌리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아버지가...진심으로 사랑해서 된 부부가 아니라고는 해도...저는 되돌리고 싶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삶을 원했어요... 그렇게 방황하던 중... 시간의 관문이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말하는 세라의 얼굴에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습니다. 고해하는듯 차분히 이어나갑니다.
 
세라:그러나 어머니의 일기장을 읽고 히메 님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어머니의 진정한 행복을 이뤄드리고 싶어 졌어요.
애매하게 태어나서, 애매하게 괴롭히는 제가 살아있는 시간선의 연장이 아니라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할 시간선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그건 비행기 사고 이전이 좌표였어요. 돌리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보다 더 당신이, 그 여백에 짓눌려하면서 괴로워하는지 알게 되니까...차마 제 욕심때문에 억지로 붙들어 둘 수 없더라고요.
저는 알게 됐잖아요. 정말로 히메 님은 저희 어머니를 사랑하게 됐다는 걸요.
 
세라:그거 알아요? 제가 그 날로 돌아가면, 히메 님은 다시 여백을 반복해야 해요.
간단한 이론이죠. 돌아간다, 돌이킨다는 것은. 히메님이 여백에 갇혀있던 때로 당신도 돌아간다는 거예요. 저혼자만 시간을 돌리는 게 아니에요.
물론 히메 님은 그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두번이나 당신을 죽이는 선택지를 제가 어떻게 고르겠나요...?
 
여전히 세라의 목에서는 당신이 걸어준 목걸이가 빛납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세라의 미소에는 오래 헤묵은 검은 감정들만이 남아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신은 모든 걸 돌이킬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도, 잃어버린 시간도요.
 
당신을 우스운 아이콘으로 만든 일도 없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기만 한다면은요.
 
당신이 바랐던 가장 이상적인 지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노바 09호를 타지 않고 서러운 회고를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아간다면 당신의 연인을 살리고, 결혼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세라:아까 센터 위원회를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사람들은 마이아 프로젝트의 파일럿으로 히메 님을 태울 계획이었대요. 지금 막 복귀한 히메 님을 그 궤도에 억지로... 내일부터 당장 훈련에 들어간다고 해요. 그러니 돌아갈 기회는 지금 뿐이에요.
모든 여백을 거슬러 올라갈 유일한 기회예요.
 
침착한듯 하나 미묘한 괴로움이 어린 어조로 말합니다.
 
돌아간다면, 돌아가면은요.
 
이상해요, 이건 이상합니다.
 
그때로 돌아가 노바 09호를 타지 않고
 
혹은 마지막 행성을 들르지 않으면,
 
TR-0922 행성에만 들리지 않으면,
 
당신의 연인은 결혼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면.
 
세라:제 생각 하지 말고요. 원하는 선택을 골라주세요. 저는 히메 님과 만난 것만으로 기쁘니까요.
 
세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ꕥ SANC 1/1D3  ꕥ 
 
히메: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이아 이성 1감소
 
히메:그래서 뭐? 내가 걔를 사랑했다 한들, 지금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짧게 한숨을 쉬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단 한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 안 했어. 차라리 죽고 싶다고 했지. (네게로 걸음을 떼었다.) 나는 걔가 실종되었다고, 죽었다고 해도 평생 기다렸을 거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기 여백을 채우려 결혼한 건 걔 선택이잖아. 그로 인해 죽은 것도 걔 잘못이지! ...하. (옷을 꾹 움켜쥐었다. 옷이 볼품없이 구겨지고...) 다시 물을게. 내가 네 인생에 뭐라도 도움 된 적 있니? 왜 날 위하는 거야? (...) 아, 하나 있겠다. 내 여백으로 인해서 네가 태어났으니까.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다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어쩌면 지독히도 도움이 안 됐네. (...) 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 물론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을 거고. 어제 울었던 내가, ...바보 같네, 정말. 걔한테 옮았나.
 
세라:...히메 님이 여기에 처음왔을 때 저를 싫어하셨잖아요.(네 칼날같은 한이 서린 반응에도 덤덤히 서있다가) 저는요. 너무 히메 님이 보고 싶었어요. 실물이 어떨가 어떻게 말하실까... 하지만 히메 님이 저를 보고 쓰러졌을 때 깨달았죠. 아, 이기심이었구나, 하고요. ...말했잖아요. 히메 님이 하고 싶은 걸 하시면 된다고요. 돌아가기 싫으시다면...돌아가지 않으시면 되는 거예요. 저는 기회를 드렸을 뿐이에요. (왜? 저도 원초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어쩌면 매진할 곳이 필요했을지도 몰랐다. 어디 하나에 미치지 않고서야 너무나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어머니가 해준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찾아 어거지로 저를 욱여넣고, 망상을 키운 것이었다.) 바보같죠? 의지할 곳이 없어서 죽었는지 산지도 모를 이한테 의지한다는 게... 근데 오히려 다 바치고 나니까 히메 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마음이요. 울어주신 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기뻤어요. 저를 위해 나름 울어주신 거잖아요. 하지만 그걸로 히메 님이 진짜로 선택지 앞에서 저희 어머니가 아닌 저를 택한다는 보장이 없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저야 수십년을 히메 님을 그렸지만, 히메 님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강요해요...(시선을 빗겨내렸다.)
 
히메:...그야, 당연히 싫어하지. 어떻게 좋아하겠어? 걔가 날 배신한 살아있는 증거가 너인데. 그렇지만 그게 네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방증이 되지는 않아. 내 이야기 제대로 들었어? 나는 네가 아니라 걔를 미워할 거라고. ...고작, 32년도 못 기다려 준 바보같은 걔를. (흐리지 않은 시야로 널 똑바로 응시했다. 한숨을 내쉬고, 움켜쥔 옷을 놓았다.) 그래, 넌 바보야. 어디 문제 있는 것처럼까지 보이는 바보. (...) 결국 남은 인류 중에서 날 나로 봐 주는 사람은 없구나, ...너도 결국 네 삶에 기둥이라도 하나 필요해서 나로 망상한 거잖아. 아냐? (네 앞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띄웠다. 그 기이할 정도로 상쾌한 미소가...) 난 네가 수십년간 믿은 환상같은 존재가 아니야. 기둥은 더더욱 되어줄 수 없어. 그러니까, 네가 결정해. 이대로 살지,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지.
 
세라:...그런 건가요...? 하지만 저는 분명 어머니의 자식이잖아요...어머니는 저를 항상... 항상...(죄책감에 어린 눈동자로 저를 보던 눈. 당신을 사랑했어서 남을 수 있던 눈, 그 눈. 제 눈과 닮은 그 눈은 거울만 보아도 항상 쫓아다녔다.) ...그래요 이 이야기는 당사자의 말을 믿어야죠. 히메 님의 말이 맞겠죠... 그러게요 고작 32년만 기다렸으면 됐는데 왜 기다리지 못 하셨을까요.(제 삶과 죽음을 논하는 이야기인데도 감흥이 없었다. 당신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제가 뭘 논하겠는가. 모든 걸 해낸 이는 개운하지도, 가뿐하지도 않았다. 텅빈 것만 남았을 뿐.) 저는 히메 님을 히메 님으로 보지 못 했을까요. 저조차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히메 님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노력했을까 싶어요. 히메 님이 바라지 않을 거란 걸 알았으면...만들지 않았겠죠. 저는 그때 너무나 시간을 돌리고 싶었어요. 시간을 돌려서...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서...그래서 히메 님도 저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어요. 제 오만이었네요. 기둥이 되어주길 바라지 않았어요. 제멋대로 그렇게 삼았고, 이제는...그래요 됐어요. 만났으니까요. 그걸로 된 거예요.(당신의 상쾌한 미소를 보고 여전히 그림같은 미소를 그렸다.) 돌아가지 않아요. 돌아가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왜 제가 시간좌표를 굳이 바꿨겠어요. 이건 당신이 도착하기도 전에 완성한 건데 왜 그때 출발하지 않았겠어요. 제 오판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이제 삭제하면 되는 거예요.
 
히메:죄책감 어린 눈으로 널 항상 보기라도 했니? 어휴, 애 정서 발달에 안 좋은 짓만 골라서 하고. 그럴 거면 결혼은 왜 했대? 그런 바보를 내가 왜 좋아했는지. (허무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망상한 나는 어디에도 존재치 않는다니까, 자꾸만 만난 걸로 됐다고 하네. ...하. 이걸로 만족해? 네가 정말 바란 결말이야? (그린듯한 미소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세라. 네 어머니가 지어주신 어여쁜 이름을 기억하련. 내가 고작 네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 따윌 모를 것 같아? 언제까지 그 쓰잘데기 없는 죄책감에 짓눌려 있을래? 나, 너랑 같이 있기 싫어. 부모님이랑 행복한 시간이나 보내러 가. 하, ... 그리고 다시 돌아온 노바 09호 착륙식에는 얼굴도 비추지 말고. 알아들어?
 
세라:그 그게...(왜 항상 너는 제 정곡을 찌를까. 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망상한 적 없어요...그냥 진짜로 있는 그대로의 히메 님을 보고 싶었어요. 저한테 지금 이렇게 말하는 히메 님이요...거기에 그냥 약간의 제 집념이 더해진 것 뿐이에요. ...만족하지 않는다고 뭘 더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기어이 웃음 위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저는요... 그날 손 잡아주셨을 때 묻고 싶었어요. 저랑 어머니랑 둘 중 하나를 살릴 수 있다면, 저를 살려주실 거죠? 하고요. 저라고 왜 안 살고 싶었겠어요... 부모님을 살리고 싶은 거지, 제가 죽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 걸요... 그런데 제 죄책감에 당신의 삶을 뺏어도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죄책감에 짓눌려 돌아가지 않는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에 있고 싶어서, 과거를 되돌린다는 게 의미없다는 걸 깨달아서...여기에 있기로 한 거예요... 제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죄책감 하나에만 목숨을 거는 사람이 아니에요... 죄책감이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죠... 역행해서 돌아간들...행복할까요. 그런 의문이 들었어요. 대답을 내보니 아니더라고요. 저는 어느새 현재를 더 즐기게 됐어요. 처음에는 동경이었는데, 제 진짜 꿈이 생겼어요. 그 꿈이 생기니까 연구를 떠나서 이 우주가, 별이 좋아졌어요. 제가 바라는 건 이제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 눈으로 진짜 별을 보는 것이에요.
 
히메:네 표정이랑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어. ...무서우리만치 걔랑 닮았거든?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가,) 어째 날 평생 기다리겠다고 한 걔는 고작 몇년만에 날 포기했는데. 걔를 닮았어도 절대 걔가 아닌 네가 날 기다린 건지. ... (그저 모든 것에 눈 돌리고 도망치면 편할텐데.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32년의 공백에 적응조차 하지 못한 내가 도망칠 수 있을리 만무하겠지.) 물어보지 그랬어? ...하마터면 난, 어제 거기서 널 내 새로운 삶의 의미로 삼을 뻔 했는데. (중력 없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기분. 익숙하지 않았다. 어째서 중력이 있는 곳에 서 있음에도, 중력 없는 곳에서 32년을 보낼 때보다 겉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드는지.) 별 같은 건, 돌아가서 봐도 되잖아. 그 편이 더 직접 보기 쉽겠지. 트라우마 따위 생기지도 않았을 거니까. ...아니면 내가 우주에서 자결하는 거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볼래? 그래야 마음이 풀려? ...나, 이제. ...진짜 지쳤어. 괜찮은 척 하기도 힘들어. 걔는 제 여백을 채우려고 널 낳았다지만, ...남겨진 너랑 내 여백은, ...누가 채워주는데?
 
세라:...그 그렇게 닮았군요...?(흔들리는 눈으로 보다가) 저와 어머니가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저와 어머니는 다르니까요...(무슨 말으 해야할지 몰라 입을 열었다 닫았다가 망설였다.) 어떻게 물어보겠어요...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 모르는데 거기서 아니라고 답하면...저는 저는...(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숙였다. 울 자격이 있나? 울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히메 님...히메 님은 기둥이 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저도...그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요...이것봐요...저는 히메 님을 어찌하면 좋을 지 몰라서 이렇게 사고나 치는 걸요... 저는 히메 님을 좋아하고 위해 노력할 수는 있어도...히메 님에게 행복을 줄 자신은 없어요...히메 님의 마음에 들지도 모르고요... 진짜로, 진짜로 좋아해요 히메 님 이거 하나는 확실해요... 수십년에 걸쳐서 어거지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로 좋아해요... 만나고 나니까 엉망으로 뒤섞였던 쓸모없는 욕망들이 녹아내렸을 만큼요... 처음에는 저도 그냥 제가 어거지로 붙들고 있는 게 아닌가 했어요...하지만 직접 만났을 때의 벅차오름과 기쁨은 진짜였어요... 동경하던 이를 만났을 때의 행복이...뭔지 그제서야 깨달았어요.(입가의 희미하게 미소가 올랐다. 그날의 기억이 이다지도 좋아서.) 말했잖아요...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고요. 돌아가봤자 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요...그리고 지금이 더 좋다고 했잖아요... 막상 만나고 나니까 지금을 살아도 괜찮겠다 싶어서...(우주에서 스스로 죽겠다는 네말에 안색이 창백해졌어.) 저랑... 히메 님의 여백은 저도 모르겠어요...제가 히메 님의 여백을 채워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히메 님은 제게 이미 실망하셨잖아요...제가 또 그런 말을 입에 올릴 가치가 있을까요...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말이에요...
 
히메:그렇다면 나는 사실, ...이 여백을 뛰어넘어 너랑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 혹시 몰라, 이 여백이 나한테 주어진 찬스일지. (네게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인간에게 자격이라는 것이 부여된다면, 아마 나는 우주에 나갈 자격조차 없었을 텐데.) 아하하. ...그건 그렇네. 그럼 지금이라도 물어 볼래? (네 이마에 제 이마를 콩 맞대었다.) 잘 대답해 줄 자신 있는데. ... (이내 눈을 감았다. 네 이야기들을 찬찬히 듣고는,) 정말 그렇다면, 세라. ...증명해. 나, 죽지 않을 테니까.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날 기억하고 사랑한다고 약속해. (...) 사실 있잖아, ...난 아직도 네게서 걔의 흔적을 찾아보는 걸 멈출 수가 없어서, 네게 그 바보의 모습을 겹쳐 보는 걸 그만 둘 수가 없어서, ... 나야말로, 네 곁에 있을 자격이 없지만. ... (아마 이 상태로라면 평생 네 모습에서 과거를 겹쳐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저를 진실로 믿어 준다면, 그런다면...) 내가 네게 다시는 실망하지 않도록 만들어 줘.... (네 손을 깍지껴 잡았다.)
 
세라:...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 저는 겁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고...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요...저는 그냥...히메 님이 좋아서...정말로 그거 하나 때문에...(네가 제 눈물을 닦아주자 어찌할지 몰라서 방황하다가 더 눈물을 흘렸어.) 지금...지금 물어봐도 되나요...? 정말로요...?(이 질문 하나를 못 해 돌고 돌았다. 어찌보면 힘들었지만... 모든 천체는 돌고 돈다. 때로는 멀어졌다가 다시 제 궤도를 찾아 돌아온다. 우리도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 잠깐 엇갈렸고, 앞으로도 엇갈리지 모르지만, 천체의 궤도처럼...아주 큰 타원을 따라 돌다가 언젠가는 속도도, 방향도 맞춰서 함께 돌 수 있지 않을까.) 히메 님은...제 어머니보다도...지금의 제가 더 살아있길 바라주실 수 있으신가요...?(우습지만 진심어린 질문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살고 싶은데, 살고 싶다고 말하지 못 해서. 여기까지 왔다. 어린시절부터 짓눌렸던 버릇이 이렇게 나올줄 누가 알았을까. 부모님은 상냥했다. 하지만 아이는 무지하지 않다. 부모님의 상냥함 속 어긋남과 삐걱거림을 아이는 반평생을 걸쳐서 받아왔고 이는 지금도 밑그림처럼 남아있었다.) ...증명할게요 히메 님도 그러면...제게 약속해주세요...아무리 힘들어도 죽지 않겠다고요...그러면 제가 더 훨씬 더...히메 님이 괴롭지 않게 힘낼 테니까요...!(사랑한다고 약속하라는 네 말에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 과거는 이제 흔적이다. 흔적에 아파하여 지금을 놓칠 수는 없었다.)...네 사랑한다고 기억한다고 약속할게요... 저한테서 어머니를 겹쳐보는 건 괜찮아요...어머니도 항상 저를 보고 히메 님을 떠올렸는 걸요... 다른 의미지만요... 누군가 저를 보고 타인을 떠올리는 건 익숙해요... 어쩌면 운이 좋으면...히메 님이 저를 세라 그자체로 봐줄 수도 있는 거고요...(당신과 제대로 맞잡은 손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거슬러오르지 않고 안착한 시간은 이다지도 따스한가.) ...다시는 실망하지 않게 할게요 히메 님. 사랑해요.
 
히메:나는, 겁이 없고 똑똑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게 아니야, 세라. ...그저 다른 마음 없이 날 좋아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 평생. ...네가 말하는 그거 하나가, 내가 제일 원하는 거야. (네가 눈물을 더 흘리자 놀란 얼굴로 눈물을 또 닦아주고는,) ...물어보라고 했는데, 왜 괜히 뜸을 들인대.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 (굳이 그렇게 빙빙 돌고 돌지 않아도 주위를 돌 행성이 없었던 나에게, 이제는 네가 제 새로운 행성이 되어 주었으니, 저는 위성처럼 네 주위를 빙빙 돌겠지.) ...응, 네가 살기를 바라. 세라. (온전히 너를 부르는 목소리가 네 귓가에 닿는다. 이내 마주댄 이마를 떼고 널 꼭 껴안았던가.) (제가 그 밑그림을 어떻게 지워줄 수 있을까. 아마 힘들겠지만, 분명 언젠가는 지워질 수 있겠지. 완성된 그림에는 언제나 밑그림 따위 보이지 않는 법이다. 네가 밤하늘의 별을 그 두 눈으로 아로새길 즈음이면, 분명 그런 밑그림은 존재하지도 않을 거라고. 감히 믿었다.) 약속할게. 앞으로 몇 십년의 여백이 있다 하더라도, 죽지 않고 끝내는 네게로 돌아올 거야. 사람들이 더이상 날 뭘로 보든, ...상관 없이 네게로 돌아갈게. (증명하겠다는 네 말에는 끝에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 전 미소와는 확연히 다른, 너와 꼭 닮은 사람에게만 지어주던 미소가.) ...그거에, 이제는 익숙하지 않게 되도록 내가 노력할 테니까. ...세라. (네게 확실히 닿도록 일부러 이름을 불렀다. 맞잡은 손의 온기에 저는 끝내 푸슬 웃었던가.) 바보같은 너를 닮아서, ...나, 한 번 더 바보같이 널 믿을 테니까. ... (끝에는 찬연하게 웃었다.) 나도, 사랑해. 세라.
 
돌고 돌아 맞닿은 당신과 세라는
 
우리 은하의 어떤 행성들과 위성에서도 볼 수 없는
 
둘만의 공전궤도를 그리며 함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앞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요.
 
인생은 우주만큼 넓고, 무한합니다. 아마 모르겠죠.
 
무슨 고난이 올지, 무슨 행복이 올지.
 
다만, 대다수의 사람이 말하길
 
기적은 현재에서 온다고 하죠.
 
우리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계속 걸어가볼까요.
 
여백이 만들어낸 오류를 기적 삼아서
 
평생 궤도를 겹쳐서 일생을 바쳐볼까요.
 
당신은 울며 웃는 세라 앞에서
 
이전에 들었던 말에 새로운 기억을 덧씌우기 위해
 
다시 입에 올립니다.
 
몇 년, 아니, 억겁의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너만을 기다리고 사랑할게.
 
당신이 들었던 말은
 
흐르고 흘러 형태를 바꿔
 
세라에게 전해집니다.
 
걱정마요, 이번에는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때처럼 어긋날 일이 없을 거예요.
 
한 번 지구의 위성이 된 달이 떠나지 않았듯이, 지구의 종말까지 함께하듯이.
 
당신과, 세라도 분명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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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역행 프로그램을 삭제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선택으로 시간 역행 프로그램을 폐기합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1990년의 지구를 왜 포기했는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과 손을 맞잡은 세라의 온기가 너무 따스해서
 
벚꽃을 피우기에는 이곳이 너무 안성맞춤이라서
 
돌아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이대로 돌아가봤자 의미도 없고요.
 
2022년의 지구에 도착한 뒤로 당신과 함께한
 
당신과 궤도를 겹치기 위해 수십년을 투자한 세라를 바라봅니다.
 
그 맑은 눈은, 그와 닮은 줄 알았는데
 
전혀 다릅니다.
 
더 강인하고, 올곧고, 더 바보같습니다.
 
그와 함께할 아름다운 미래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기대되는 거 같습니다.
 
당신도, 세라도 알지 못 하는 미래가
 
비참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은 기적일까요, 아니면 운명일까요.
 
세라:...저와 정말로 여기서 함께 해주실 거죠?
 
세라의 물음에 당신은 망설임없이 끄덕입니다.
 
당신이 견뎌내야 할 여백은 어쩌면 너무 무거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백을 나눠들 이가 있으니,
 
더는 홀로 외로이 힘들게 감당해야할 필요는 없겠죠.
 
살아가볼까요, 2022년의 지구에서 말이에요.
 
프로그램 삭제 기동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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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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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백 10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이아 님
 
오늘은 날이 유난히 화창하고 따사롭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아름답네요.
 
귀에 들리는 음성은 이제 가족같이 느껴집니다.
 
지난 일 년 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2022년 지구에 적응하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TV를 보는것도, 카페에 가서 초코 스무디를 시켜 먹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라와 함께 4DX영화를 관람하러 갔습니다.
 
의자가 흔들린다며 더 놀라던 세라의 모습이 훤합니다.
 
2022년의 지구는 여백을 담은 이가 살기에는 여전히 낯섭니다만, 우주 또한 미지의 매력때문에
 
빠진 게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여백 10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라 님
 
그리고 마이아 프로젝트의 파일럿은 꼭 당연한 수순처럼 당신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세라는 당신만 보낼 수 없다면서 재활 훈련 및 심리 치료를 병행했고,
 
결국 우주 비행사의 자격도 얻게 되었습니다.
 
더는 비행기 타는 게 두렵지 않다며 울던 모습이
 
어찌나,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당신은 중력에 적응하고, 세라는 여백의 무중력에 적응했습니다.
 
세라:히메 님 준비되셨어요...? 저는 준비됐어요...! 둘이서 함께라면 천하무적 그런 거죠?
 
조금 걱정하기도 했지만, 둘은 서로를 믿기로 했습니다.
 
우주복을 다시 점검하고, 혹시라도 취소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말하라고 살짝 덧붙이는 모습이
 
1년이 지났지만 당신이 아는 세라 그자체입니다.
 
이번 탐사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년 혹은 3년, 어쩌면 다시 32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나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감히 읊조려봅니다.
 
이제 년수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요.
 
우주에서 헤매는 몇 년따위에 고작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이 광활하고 아름다운 우주에서 함께하고 있으며,
 
"세라, 알지? 우리의 목표는 우주의 모든 별을 탐사하는 거야."
 
세라:라져!
 
나란히 앉은 조종석 안, 이륙음과 동시에
 
마주하는 시선에서 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 두번째 여백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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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4. Champagne Supernova
 
마이아 생환, 세라 크루 생환
 
두 사람은 함께 여백 10호로 탐사를 떠나게 됩니다.
 
우리가 다시 시간의 관문을 만날지 혹은 온전한 시간선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가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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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6:4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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